[경제카페]루비族 장미희처럼 소비해볼까

  • 입력 2008년 8월 19일 03시 03분


《TV 드라마 ‘엄마가 뿔났다’에서 철부지 시어머니 ‘고은아’로 출연 중인 배우 장미희(50) 씨의 극중 스타일이 요즘 주부들 사이에서 큰 화제입니다. 50대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는 장 씨의 피부와 몸매도 그렇지만 패션과 헤어스타일도 보통 아줌마들과는 큰 차이가 있죠. 그는 꽃무늬 홈드레스를 입는 대신 프렌치풍의 미니멀 원피스를 입습니다.》

방송이 끝난 뒤에는 장 씨가 극중에서 입고 나온 옷이나 액세서리 브랜드를 알고 싶다는 질문이 인터넷 게시판에 줄지어 올라옵니다.

장 씨처럼 실제 나이는 50대이지만 외모는 30대, 마음가짐과 신체 나이는 40대인 이들을 가리켜 유통업계에서는 루비족(族)이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루비(RUBY)란 상쾌(Refresh), 비범함(Uncommon), 아름다움(Beauty), 젊음(Young)의 영어 단어 앞 글자들을 딴 것이죠.

루비족은 기존의 어머니상에서 벗어나 자신들의 새로운 삶과 여유를 즐기는 데 아낌없이 투자해 새로운 소비층으로 부상했죠.

이들은 실제 나이보다 젊어 보이기 위해 20, 30대를 겨냥한 영캐주얼 매장에서 쇼핑을 즐깁니다. 온라인 쇼핑몰 옥션에 따르면 40대 이상 여성 소비자가 전체 미니스커트와 쇼트팬츠 매출의 20%를 차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극중에서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인문학 서적을 즐겨 읽는 장 씨처럼 요즘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중장년 여성들이 주로 수강하는 강좌는 인문학 강좌입니다. 2, 3년 전만 해도 에어로빅이나 노래강좌, 홈패션이 문화센터 마감 1순위 과목이었는데 말이죠.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문화센터에서 중장년 여성들 사이에 유독 인기가 높았던 강좌들은 ‘한국의 문제 작가들의 주요 탐구 작가와 작품’ ‘고대 페르시아 예술사’ ‘오페라 극장 초대석’ ‘원문(原文)으로 읽는 영문학 산책’ ‘나를 찾아 떠나는 철학 여행’ 등입니다. 강의명만 봐도 웬만한 대학 교양과목 수준이죠.

자녀 양육과 남편 뒷바라지에 훌쩍 50대 고개에 선 엄마들. 어쩌면 정열을 상징하는 루비의 탄생석 의미처럼 이 시대 엄마들도 장 씨처럼 소녀의 순수를 되찾고 싶은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정효진 산업부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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