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구자룡]北京하늘 뿌연데 ‘맑은 날’이라니…

  • 입력 2008년 7월 31일 02시 55분


지난주 중국 베이징(北京)의 대기오염지수(API)는 나흘 연속 억제 목표치를 넘어섰다. 또 27일 선수촌 입촌식 때 일부 국가의 선수들 사이에선 “이게 좋아진 거냐”는 볼멘소리들이 터져 나왔다.

그러자 두샤오중(杜少中) 베이징 시 환경보호국 부국장은 29일 기자회견에 나와 “눈에 보이는 것을 믿지 말라. 그것은 스모그가 아닌 그냥 안개다. 시야가 흐리다고 오염물질이 많은 것은 아니다”고 항변했다.

두 부국장은 “나도 50년간 베이징에서 살아 공기가 안 좋으면 몸이 안 좋은 것을 느낀다. 그런데 요즘 아주 느낌이 좋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눈에 보이는 것을 믿기보다 과학을 믿어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올해 들어 7월 28일까지 ‘맑은 날씨’는 146일로 전체의 70%이며 지난해보다 15일이 많다”면서 “특히 7월 1일 이후 순차적으로 오염차량 운행 중단, 차량 2부제 등의 효과가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올림픽 때문에 처음 온 외국 대표들은 “비행기 착륙 전에는 파란 하늘이 보였는데 착륙 후에는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호주 대표단의 대변인은 “호흡기 질환에 대비해 전례 없이 의료팀을 데리고 왔다”며 “스모그와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표단에 특수 마스크를 지급하겠다는 국가도 늘고 있다.

일부에서는 “하늘은 뿌옇기만 한데 중국은 ‘맑은 날’이라고 한다”며 두 부국장이 말하는 ‘과학’이 과연 무엇을 얘기하는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베이징의 대기오염 진실 공방을 보면서 중국이 ‘신뢰의 시험대’에 들어섰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유는 스스로 초래한 것이다. 올해 초 뻔히 복수비자 발급이 안 되고 있는데도 중국 외교부는 “달라진 것이 없다”로 일관하다 뒤늦게 인정했다.

올림픽 기간에 자유로운 취재를 약속했지만 최근 홍콩의 사진기자가 뚜렷한 이유 없이 경찰에 억류됐다. 나아가 30일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까지 나서 인터넷 접근 약속을 지키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베이징이 올림픽을 치르면서 청정한 하늘을 되찾는 것도 소중하지만 무엇보다 국제사회의 신뢰를 회복해야 더욱 귀중한 올림픽의 성과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중국인들은 흔히 ‘듣는 것은 거짓이고, 보는 것이 진실(耳聽爲虛 眼見爲實)’이라는 격언을 읊조린다. 그런 이들이 그저 ‘보이는 것을 믿지 말라’고만 해서야 되겠는가.

구자룡 베이징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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