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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7월 9일 03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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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 뒤, 같은 반 아이들을 차에 태우고 움직일 기회가 있어 급식 맛이 어떤지 물었습니다. 아이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합니다. “정말 아니다”라고. 그러면서 덧붙입니다. “그것도 항상 모자라요!”
맛이 없는데 양까지 부족하다니, 화가 나려고 합니다. 아침도 제대로 못 먹고 학교에 가는데 점심까지 부실하게 먹는다니 걱정도 됩니다. 차라리 도시락을 싸줄까 하는 생각까지도 듭니다.
며칠 뒤, 선생님들을 뵈러 간다고 하니 아이가 급식 얘기를 꼭 해달라고 부탁합니다. 그런데 말씀드리기가 무섭게 선생님들도 하소연을 하십니다.
듣고 보니 선생님들의 말씀도 맞습니다. 학교에 식당이 없다 보니 각 교실에서 식사를 하는데, 아이들이 배식을 하면서 맛있는 건 먼저 줄 선 아이들이 많이 가져가는 바람에 뒤에 남은 아이들은 제대로 먹지 못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많이 가져간 건 결국 남겨서 버리기도 하고요. 그래서 선생님들이 직접 지키기도 하지만 잘 고쳐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북한의 어느 지역엔 주민의 90%가 영양부족 상태라는데 남쪽에서는 음식을 버리고 있다니! 그리고 급식 문제는 어머니들이 직접 급식을 만드는 분들에게 의견을 전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하십니다.
분명히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 마음만 답답합니다. 아이들이 초등학생일 때부터 단체급식을 이용해 예전 어머니들이 수고하시던 것처럼 도시락을 싸지 않아도 돼 좋지만 마음까지 편하지는 않네요.
교실에서 먹어야 하는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비록 하루에 한 끼지만 골고루 챙겨먹고 있는지,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사고가 터지던데 과연 안심하고 먹을 수는 있는 건지, 간은 제대로인지, 정말 아이들 불평이 맞는 건지, 제 눈으로 직접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그런데 마침 기회를 얻었습니다. 어머니급식모니터링이 있다며 지원자를 모집한답니다. 이번 기회에 학교에 가서 직접 살펴보면 훨씬 더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니, 어쩌면 마음만 답답한 채 돌아올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그냥 내버려두기만 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이 분명합니다.
서울대 생활과학대 소비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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