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다시 시작하겠다는 대통령 지켜보자

  • 입력 2008년 6월 19일 23시 02분


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특별기자회견을 갖고 다시 국민 앞에 고개를 숙였다. 이 대통령은 “국민을 편안하게 모시지 못한 제 자신을 자책했다. 국민이 무엇을 바라는지 잘 챙겨보지 못한 점에 대해 뼈저리게 반성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어떤 경우에도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는 국민의 식탁에 오르지 않게 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했다.

대운하사업도 국민이 반대한다면 추진하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내각과 청와대 인선을 국민의 눈높이에 모자람이 없도록 하고, 국민과 소통하고 국민의 뜻을 받들어 국민과 함께 가겠다고 다짐했다. 그동안 표출된 민의(民意)를 수용한 셈이다. 이 대통령이 100여 일 만에 두 번째 국민 앞에 고개를 숙인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지금으로서는 새 출발하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 과감한 인적 쇄신을 통해 정부 진용을 새로 짜고, 국정의 좌표와 궤도 역시 다시 설정해 차근차근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러나 촛불시위 이후 무너질 대로 무너진 법치(法治)를 바로 세우겠다는 확고한 의지의 표현이 없는 것은 참으로 아쉽다. 공기업 민영화와 관련해서는 ‘민영화’ 대신 ‘선진화’라는 용어를 쓰면서 국민 의사를 물어 경영개선 통합 민영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공기업 개혁에 대한 출범 초기의 강한 신념이 퇴색한 것이 아닌지 걱정스럽다. 이 대통령은 공기업 개혁 저항세력이 가세한 촛불의 위세만 보지 말고, 말없는 다수의 민심을 살펴야 한다.

마땅히 할 일을 하기 위해 국민의 협조와 응원을 이끌어내는 것이 진정한 리더십이다. 국민과의 참된 소통을 통해 지금의 난국을 극복하고 경제 살리기와 국가 선진화를 이뤄낸다면 오늘의 반성문은 훗날 옥동자를 낳기 위한 산고(産苦)로 평가받을 수 있다.

이 대통령의 회견에 대해 야권은 “진정성 없는 정치적 수사”라고 비난했다. 광우병국민대책회의는 “재협상을 거부하는 한 국민저항은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국정 혼란이 얼마나 더 계속되기를 바라는가. 국가의 장래를 생각한다면 이제 모두 제자리로 돌아가 이 정부가 하는 일을 지켜보면서 따질 것은 따지되, 도울 것은 도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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