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최영훈]홍강 프로젝트

  • 입력 2008년 5월 28일 03시 01분


지난해 12월 초, 막 베트남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오세훈 서울시장의 얼굴은 약간 상기돼 있었다. 오 시장은 응우옌테타오 하노이 시장을 만나 ‘홍 강 개발 기본계획서’에 사인한 얘기부터 꺼냈다.

홍 강은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를 가로지르는 상징적인 강이다. 중국 윈난(雲南) 성 북단에서 발원해 베트남 통킹 만으로 이어진다. 중국과 베트남에 절반씩 걸쳐 있고 길이가 1125km나 되는 긴 강이다. 홍 강이 처한 상황은 40년 전의 한강과 비슷하다. 수도를 관통하며 흐르는 구간(40km)이나 홍수의 특성도 닮았다고 한다.

“한강 개발의 경험과 노하우를 살려 홍 강 개발의 큰 그림을 그리게 돼 기쁘다. 한강 개발이 이뤄진 시기는 1980년대여서 친환경적인 접근을 하지 못했다. 홍 강은 강변의 콘크리트를 걷어내는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까지 참고해 21세기 미래형 하천으로 개발하겠다.” 오 시장의 말에 귀 기울이던 테타오 시장은 흡족한 표정으로 감사를 표했다고 한다.

오 시장은 “테타오 시장이 ‘홍 강 프로젝트에 한국 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하더라”며 사업이 추진되면 ‘제2의 중동특수’에 비견할 만하다고 했다.

하노이 시 구간 사업비만 7조 원에 이르는 홍 강 프로젝트의 시발점은 2005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명박 시장은 전자정부 양해각서(MOU) 체결을 위해 자매시인 하노이를 방문했다. 하노이 시가 홍 강 개발계획 수립을 요청하자 이 시장은 35억 원의 예산을 배정하고 과 단위의 조직까지 만들어 즉각 기본계획을 만드는 작업에 착수했다. 오 시장은 “(이명박 후보는) 돈이 어디 있는지를 한눈에 알아보는 감각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홍 강 프로젝트를 알리기 위해 9일 하노이 시에 홍보관까지 만들었다. 이 홍보관에는 홍 강의 과거 현재 미래상을 소개하는 전시관과 함께 한강의 개발역사를 소개하는 전시관도 뒀다. 하노이 시는 베트남 정부와의 협의를 거쳐 내년 6월경 사업 시행을 인가할 예정이다.

서울시가 디자인한 홍 강 개발사업이 시작되면 국내 건설기업들이 우선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른 기업의 수익 증대와 일자리 창출 효과만 해도 결코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보다는 인간에 대한 배려와 문화, 역사, 예술, 환경을 잘 버무린 ‘한강 르네상스’ 디자인이라는 ‘21세기형 종합수출품’ 자체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싶다.

베트남은 외환위기설에 휩싸여 있다. 하지만 지하자원 및 농산물이 풍부하고 20대 이하가 전체 인구의 70%를 차지하는 이 나라의 성장잠재력은 엄청나다. 일본은 해외원조(ODA) 방식으로 하노이에서 호찌민까지의 고속철도 건설사업을 지난해 따냈다. 중국은 고속도로와 철도 건설을 통해 북부 베트남으로 경제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구상에 몰두하고 있다.

홍 강 프로젝트는 두 나라에 비해 국력이 떨어지는 한국이 베트남에 진출하는 또 하나의 전범(典範)이 될 수 있다. 수도 서울을 문화와 역사, 예술, 환경이 잘 어우러지는, 살기 좋은 수변(水邊)도시로 만드는 것이 ‘디자인 전도사’를 자처하는 오 시장의 꿈이다. 그 핵심이 ‘한강 르네상스’의 완성이다.

강변의 콘크리트를 걷어내고 문화와 환경이 살아 숨쉬는 ‘21세기형 디자인’을 수출하는 것이 홍 강 프로젝트다. 그 모델이 될 한강 르네상스의 성공을 기대한다.

최영훈 사회부장 tao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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