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기섭]오늘 전기 플러그 뽑으셨나요

  • 입력 2008년 5월 28일 03시 01분


유가가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1970년대에 두 차례의 석유파동과 1990년대 걸프전으로 인한 석유위기 등 유가의 등락에 따라 경제가 부침하는 상황을 여러 번 겪었지만 요즘처럼 고유가가 피부로 다가온 적이 없다. 정말 석유자원이 한계가 온 게 아닌가 하는 두려움마저 느낀다. 국제유가는 1년 전에 비해 2배, 2002년 이후 6배나 올랐다. 우리가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도 배럴당 130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국내 경유와 휘발유값도 폭등해 산업계는 물론 국민경제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문제는 고유가 상황이 과거와는 달리 쉽게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데 있다. 전문가들은 산유국의 원유생산 여력의 한계와 중국 인도 등 개발도상국의 수요 급증 때문에 고유가 상황이 장기적으로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에너지의 97%를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로서는 지금부터라도 고유가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근본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새 정부가 해외자원개발을 국정과제로 삼아 총력을 기울이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해외자원을 확보하는 것은 많은 예산과 시간이 드는 장기 대책이다.

지금의 초고유가 상황에 당장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은 역시 에너지절약을 실천하는 길뿐이다. 우리나라의 하루 석유소비량은 세계 7위, 에너지 효율은 일본의 3분의 1 수준임을 감안하면 에너지절약은 가장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제2의 자원 확보라 할 수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에너지수입액은 950억 달러인데 원자재용을 빼고 에너지원으로 사용된 부분에서10%만 줄여도 70억 달러(약 7조 원)를 절감할 수 있다.

특히 최근 2012년 이후의 포스트 교토체제를 논의하기 위한 협상이 2009년 말까지로 예정된 상황에서 온실가스배출량이 세계 10위인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의무감축에 대한 국제 압력이 거세지고 있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에너지 효율 향상과 절약이 시급하다. 우리나라 온실가스의 83%는 에너지소비에서 발생한다. 에너지소비를 10% 줄인다면 기후변화의 주범인 온실가스 역시 8% 이상 줄일 수 있다.

정부도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해 여러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 차원의 제도적인 노력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에너지 절약에 대한 인식과 에너지 소비문화의 개선이다. 나도 모르게 에너지가 낭비되는 경우를 사회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귀찮아서, 또는 나 혼자 플러그를 뽑는다고 얼마나 절약될까 하는 생각을 버린다면 많은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 동아일보의 기획시리즈 ‘생활 속 에너지절약 지혜’는 에너지절약 현장의 목소리와 선진국 사례들, 각 이슈에 대한 정책동향을 심층 취재하고 분석해 시민들에게 에너지절약 실천방안을 제시했다.

에너지관리공단에서도 최근 고유가 대응을 위해 가정 사무실 자동차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에너지절약 3·3·3 따라잡기’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가정에서는 가전제품 플러그 뽑기, 불필요한 조명등 끄기, 적정 실내온도(여름철 섭씨 26∼28도, 겨울철 18∼20도) 지키기, 사무실에서는 점심시간 조명등 끄기, 사용하지 않는 컴퓨터 끄기, 엘리베이터 운행 줄이기, 자동차 분야에서는 승용차 요일제 참여하기, 대중교통 이용하기, 경제속도·경제운전 실천하기 등 9가지 실천방안을 국민이 지켜 나간다면 연간 1조7000억 원을 아낄 수 있다.

에너지 낭비를 줄이고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부뿐 아니라 기업, 언론, 시민 등이 함께 나서야 한다. 모두가 에너지 절약을 위한 작은 노력들을 습관화한다면 우리 앞에 닥친 고유가와 기후변화라는 험한 산도 어렵지 않게 넘을 수 있을 것이다.

이기섭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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