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특집]현장에서/펀드매니저 그들만의 자산운용보고서

  • 입력 2008년 5월 22일 02시 54분


“지난해 우리는 증시의 흐름을 잘못 예측했습니다. 또 우리가 투자했던 한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업체는 경영구조가 취약했고, 우리는 이 기업의 주식을 너무 오랫동안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미국의 펀드매니저인 월리스 웨이츠와 브래들리 힌튼 씨는 지난해 투자자들에게 보내는 자산운용보고서에 이런 글을 실었다.

지난달 월스트리트저널은 ‘펀드매니저의 속마음 들여다보기’라는 기사를 통해 미국의 펀드매니저들이 투자자에게 보낸 편지와 자산운용보고서를 소개했다. 이 신문은 “펀드매니저들이 (이처럼) 자산운용보고서를 통해 솔직한 투자의견을 밝히는 등 투자자와 소통을 늘림으로써 투자자를 ‘손님’이 아닌 실질적인 ‘펀드소유자’로 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펀드에 가입한 개인 투자자들이 평소 가입한 펀드의 운용방향에 대해 의견을 제시할 방법은 많지 않다. 하지만 펀드 운용 실적이 악화됐을 때의 손실은 고스란히 투자자의 몫. 이 때문에 투자 실적과 방향을 소개하는 자산운용보고서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한국에서 발행되는 자산운용보고서는 대부분 10쪽 내외의 짧은 분량으로 펀드의 실적을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데 그치는 사례가 많다. 글이 아닌 수식, 도표가 대부분이라 금융 관련 지식이 많지 않은 투자자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하지만 최근 국내에서도 투자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자산운용보고서를 만들려는 노력이 몇몇 자산운용사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한국밸류자산운용은 이달 15일 최근 1년 간 운용 실적을 담은 140페이지 분량의 자산운용보고서를 발행해 금융권에서 관심을 모았다. 이 자산운용보고서는 투자자에게 보내는 펀드매니저의 편지로 시작된다. 또 투자한 기업, 해당 기업에 투자한 이유, 올해 증시 전망 등이 담겨 있다. ‘종목 발굴에 주력하기 위해 신입사원 6명을 새로 뽑았다’는 구절도 있다.

구체적이고 상세한 정보는 신뢰를 낳는다. 펀드매니저를 신뢰할 때에 투자자들은 투자의 호기에 망설이지 않고 펀드매니저의 조언을 받아들여 적극적인 투자에 나설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한 미국 투자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소비자들이 백화점 세일에는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주가 세일’(증시가 하락할) 때에는 투자에 나서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자산운용보고서가 투자자들에게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줘 투자에 도움이 돼야 한다는 뜻이다. 한국에서도 펀드매니저의 소신과 솔직함이 담긴 자산운용보고서가 늘어 투자자들이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길 기대해 본다.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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