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美軍 감축 없다더니 아파치大隊 빼갈 건가

  • 입력 2008년 4월 30일 22시 41분


미국이 주한미군의 핵심 전력(戰力)인 아파치 공격헬기 2개 대대 중 1개 대대를 아프가니스탄의 대(對)테러작전에 투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그렇게 되면 한미연합 전력의 약화를 피할 수 없다. 그뿐 아니라 불과 10여 일 전 양국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주한미군 3500명 감축 중단’ 방침과도 배치돼 파장이 우려된다. 아파치 헬기 1개 대대의 병력은 50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은 임무를 마치면 돌려보낸다는 전제 아래 아프간 파견을 검토 중이라지만 한번 빠진 주한미군은 복귀한 적이 거의 없다. 2004년에도 이라크에 파견한 2사단 예하 1개 여단이 복귀하지 않아 주한미군 5000명이 감축되는 결과가 되고 말았다.

아파치 헬기는 유사시 북한 기갑부대의 남하와 특수부대의 해상침투를 저지하는 핵심 전력이어서 아프간으로 차출되면 우리 안보에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2012년 4월로 예정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앞두고 북한 특수부대의 해상침투를 저지하는 임무가 주한미군에서 한국군으로 넘어왔지만 우리 군은 장비나 작전 면에서 아파치대대만큼 준비가 돼 있지 않다.

미군의 아파치대대 이동 추진은 우리 정부가 미 정부의 아프간 재(再)파병 요청을 거부한 데 대한 우회적 대응이라는 해석도 있다. 한국군을 못 보내겠다고 하니 주한미군이라도 보내겠다는 일종의 시위라는 것이다. 일각에선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협상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기도 한다. 미국은 용산기지 이전을 앞두고 우리 측이 방위비 분담을 늘려주기를 바라고 있다.

한미 양국은 2006년 1월 주한미군에 전략적 유연성을 부여하는 데 합의한 만큼 미국은 한국 정부에 사전 통보 및 협의를 통해 주한미군 전력을 다른 지역에 파견할 수 있다. 하지만 두 나라 정상이 주한미군 감축 중단에 합의한 지 보름도 안 돼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동맹국 미국을 바라보는 우리 국민의 시선도 착잡해질 수밖에 없다. 미국은 아파치대대의 차출에 좀 더 신중해야 한다. 설령 상황이 급박해 파견이 불가피하더라도 임무가 끝난 뒤 복귀를 약속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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