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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4월 25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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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는 대통령수석비서관 등 청와대 고위 참모 10명도 이른바 ‘버블 세븐’ 지역에 부동산을 가지고 있고, 1인당 평균 재산이 35억여 원으로 집계됐다. 노무현 정권 때 청와대 고위 참모들의 평균 13억여 원의 거의 세 배쯤 된다. 국무위원도 32억여 원으로 노 정부 마지막 국무위원들의 평균 20억8000만 원보다 훨씬 많다.
야권은 즉각 “땅과 집과 골프회원권을 사랑하는 분들이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정책을 마련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차영 통합민주당 대변인)며 공세를 취했다. 그러나 재산형성 과정에서의 불법이나 부도덕성이 드러났다면 모를까 재산의 다과(多寡)만을 놓고 인민재판식의 여론몰이를 해서는 안 된다. 그런 식으로 ‘계급적 증오’를 키워 정치적 이익을 얻으려는 것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대한 적(敵)이다.
그렇더라도 이 정부가 유념할 일은 있다. ‘존재 구속성’이라는 말이 있지만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처한 위치에서 세상을 보기 쉽다. 부자(富者)가 먹고사는 문제로 이혼하고 자살하는 사람들의 심정을 헤아리기는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다. 2002년 대선 당시 이회창 후보를 궁지에 몰아넣은 ‘호화 빌라’ 건만 해도 이 후보가 부유한 측근들에 둘러싸여 있지 않았다면 사안의 심각성을 훨씬 빨리 깨달았을 것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이 거리에서 풀빵을 굽고 환경미화원 생활까지 해가며 살았기 때문에 세상 누구보다 가난에 대해 잘 안다고 자신한다. 그러나 장차관과 대통령수석비서관들이 주위에 ‘부자의 성(城)’을 쌓기 시작하면 대통령의 눈도 점점 흐려질 우려가 있다.
이 대통령이 그제 재외공관장 만찬에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고 청와대에 갇힐까 두렵다”고 했지만 ‘부자의 성(城)에 갇힐까’도 두려워해야 한다. ‘부자의 성’을 벗어나야 낮은 곳의 문제와 해법이 더 잘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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