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시민단체는 오너 중심체제가 유지될 것으로 보고 이번 쇄신조치를 평가절하하려 든다. 그러나 기업 지배구조가 바뀌거나 경영권 승계 구도에 변화가 생겨야만 쇄신은 아니다. 오너는 무한책임을 지기 때문에 어차피 기업과 한 몸일 수밖에 없다. 그룹의 실무경영을 실질적으로 이끌어온 이학수 부회장과 김인주 사장의 퇴진도 결코 가볍지 않다. 이들의 퇴진이 새로운 경영인재들의 등장을 통한 ‘새 삼성’ 구축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삼성이 인적 구성의 쇄신을 발판으로 낡은 관행과 단절하고 계열사의 독립성을 강화하면서도 종합적 성과를 높여나간다면 글로벌 기업그룹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 삼성이 그동안 이루어낸 대약진은 국민의 자긍심을 한껏 높여준 것이 사실이다. 삼성은 연구개발과 최첨단제품 생산능력으로 한국의 국가브랜드 가치도 함께 높여주었다. 그런데도 근년에 잇따라 제동이 걸리며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게 된 것은 이른바 정경유착 시대의 경영관행에서 선도적으로 탈피하지 못하고, 불투명 경영과 편법에 안주한 탓이 크다.
삼성이 특검 수사를 받는 동안 철저한 수사를 요구하는 여론과 함께 삼성의 장래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강하게 섞여 나왔다. 삼성이 대한민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커서 삼성이 잘못되면 나라 경제가 흔들릴까봐 걱정했기 때문이다. 중소 하청업체들까지 나서서 특검을 조속히 매듭지어달라고 한 것은 삼성이 경제 살리기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취지였다. 이제 삼성은 그동안 미뤄둔 투자 결정을 정상화하고 일자리 창출에 힘을 보태 삼성을 염려하고 성원해준 국민에게 보답해야 한다. 아무리 글로벌 시대라 해도 국가와 국민을 떠난 삼성은 상상하기 어렵다.
삼성이 세계 시장의 투자가들과 소비자들로부터 다시 인정받으려면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사회적 책임에 충실해야 한다. 기술력과 경영관리능력만으로는 일등기업이 되기에 부족하다는 사실은 이번 사태로 입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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