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市道교육청 사람들, 他律에 길들여졌나

  • 입력 2008년 4월 19일 02시 58분


교육과학기술부가 ‘학교 자율화 조치’를 발표하자 각 시도교육청 부교육감들이 후속 대책을 논의한다며 그제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일선 학교의 0교시 수업과 우열반 편성을 규제하기로 합의했다. 정부는 ‘교육의 자율성을 높이라’고 했는데 일사불란하게 공동보조를 취하는 것이나, 고민도 없이 자율의 한계부터 설정하는 모습은 타율(他律)에 길들여진 구태 그대로다.

교육청들은 정부 지침대로만 학교를 운영하는 데 익숙해진 탓인지, 자율화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는 듯하다. 교육부가 29개 행정지침을 폐지한 것은 정부의 경직된 지침이 ‘판박이 교육’을 양산하고 다양한 인재 육성을 요구하는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기 때문에 학교 형편에 맞게 판박이 교육을 깨라는 취지다.

가령 저소득층 지역 학교들은 학원에 다니기 어려운 학생들을 모아 야간 보충수업을 해줄 수도 있다. 교육 여건이 나은 지역 학교들은 0교시가 필요 없다고 판단되면 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학교들이 획일적 교육에서 탈피해 학생 수준별 교육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공교육은 달라지지 않는다. 정부가 고심 끝에 내놓은 조치를 교육청 책임자들이 결의대회라도 하듯 ‘이것은 되고 저것은 안 된다’고 일률적으로 결정해버리면 진정한 자율이 돋아날 틈이 없다. 과거처럼 교육부의 통제에 묶이기를 원하는가.

교육청들이 0교시와 우열반을 규제하겠다고 나선 것은 좌파 교육단체들의 이념적 공세에 대응하기 위한 뜻도 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좌파단체들은 자율화를 하게 되면 ‘학교가 24시간 학원화하고 입시의 전쟁터가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사실 왜곡이다. 교육부 조치는 우열반의 보편화가 아니라 수준별 이동수업을 보다 다양한 과목에서 탄력적으로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이며, 0교시 수업 역시 24시간 학원화와는 거리가 멀다. 교실을 24시간 학원화할 학교는 어디에도 없다.

교육청들은 자율 교육이 학생 개개인에게 학력(學力) 향상의 기회임을 알리고, 자율의 모범사례들을 보여줌으로써 좌파단체들의 왜곡선동에 당당히 맞설 일이다. 일선 교육청들부터 타율의 긴 잠에서 깨어나야 교육에 희망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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