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李정부, 盧정권의 공기업 人事파탄 되풀이 말아야

  • 입력 2008년 4월 16일 23시 17분


대한석탄공사는 김원창 사장 취임 두 달 뒤인 작년 4월, 시설투자 명목으로 공사가 빌린 돈 418억 원으로 1차 부도가 난 M건설의 어음을 매입해 이 회사를 도왔다. M건설의 어음 거래가 중지되자 석탄공사는 ‘공사 직원 퇴직금 중간정산 자금이 필요하다’는 허위 문서를 꾸며 회사채를 발행해 M건설에 1100억 원을 추가로 대줬다. 31차례에 걸쳐 모두 1800억 원을 저리로 지원했지만 담보를 확보하지 않아 1100억 원을 떼일 판이다. 그 손실은 국민 부담으로 돌아간다. 석탄공사 경영진과 M건설 간에 특수관계가 있거나, 배후(背後) 조종자가 있지 않고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자본잠식 규모가 수천억 원인 석탄공사가 한 해 예산(약 3700억 원)의 절반에 가까운 돈을 특정부실기업에 지원한 것은 도덕적 해이를 넘어 업무상 배임(背任) 혐의가 짙다. 편법 지원 과정에서 로비와 외압, 뒷거래가 있었을 개연성이 크다. 이런 공기업과 기생(寄生)인간들을 위해 국민은 피땀이 들어간 세금을 낸다.

김 사장은 강원 정선군에서 양조장과 레미콘업체를 운영하다 정선군의회 의원과 의장을 거쳐 정선군수를 세 차례 연임한 경력이 있다. 작년 2월 석탄공사 사장으로 임명될 때부터 당시 노무현 정권 실세(實勢) 정치인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뒷말이 무성했다. 김 사장과 석탄(石炭)산업의 연관성은 별로 없다. 탄광지역 출신이긴 하지만, 산에서 자랐다고 산림청장이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석탄공사 자금운용 비리는 정실(情實) 낙하산 인사의 산물 같다. 감사원 감사(監査)에 적발된 다른 공기업 비리의 상당수도 사장, 감사(監事) 등 요직에 적재적소(適材適所)의 인물을 앉혔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

이명박 정부는 석탄공사의 사례를 공기업 인사의 반면교사로 삼을 일이다. 노 정권 때 임명된 공기업 기관장들이 줄줄이 사퇴하면서 후임 희망자들의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 공공부문 개혁은 인사가 핵심이다. 어느 정권이나 주변에서 사람을 찾는다고 하지만 전력(前歷), 능력, 자질을 갖춘 사람들을 찾아 써야만 정권 자체의 실패를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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