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결국 국민의 짐 돼버린 盧정부 균형정책

  • 입력 2008년 4월 16일 00시 17분


노무현 정부가 임기 마지막까지 밀어붙였던 이른바 혁신도시 사업의 기대효과가 몇 배나 부풀려진 것으로 감사원 감사결과 드러났다. 175개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에 따른 부가가치가 연간 1조3000억 원으로 비용을 빼면 연 3000억 원에 그치는데도 4조 원으로 뻥튀기해 이를 근거로 43조 원이 투입되는 사업을 벌였다는 것이다. 언론과 전문가그룹이 무리한 지역균형발전 정책의 문제점을 누누이 지적했음에도 이렇게 허황된 근거로 천문학적인 예산이 들어가는 사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니 어이가 없다.

감사원에 따르면 노 정부 균형발전위원회는 2004년 사업 기대효과가 적게 추정된 보고서를 덮어버렸다. 균발위는 다음 해 가정(假定)을 유리하게 조작해 부가가치가 4조 원 증가한다는 엉터리 간이보고서를 만들어 공식발표했다. 이전할 공공기관 직원 가족들의 이사(移徙) 의향은 16∼42%인데도 80∼100%로 계산했고, 관련 업종이 모두 이전한다고 가정했으며 서비스산업 이전효과를 중복 계산했다. 아무리 대통령 관심사업이라고 해도 이렇게까지 국민을 속일 수 있는가.

혁신도시 정책이란 전국 10곳에 신도시를 지어 수도권의 공공기관을 이전하겠다는 계획이다. 신도시 예정지의 땅값폭등으로 토지보상비가 급증해 혁신도시 조성원가가 인근 산업단지보다 2∼6배 비싸다고 한다. 고(高)분양가 탓에 공장 유치는 물론이고 주택분양조차 어려울 것으로 우려된다. 작은 지방도시에 신도시가 형성되면 인근 구(舊) 도시는 상권이 위축되고 공동화(空洞化)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도 지난해 노 대통령은 “임기가 끝나기 전에 대못을 박아두겠다”며 혁신도시 기공식을 졸속 강행했다. 그는 “전국이 고루 잘사는 균형발전정책”이라고 강변했지만 국민 부담만 늘리는 골칫거리가 돼가고 있다. 토지보상금 2조4266억 원이 수도권 주택 투기를 부추기는 부작용까지 낳았다.

혁신도시 사업을 무리하게 밀어붙일수록 문제는 커진다. 그렇다고 이미 지역별 공공기관 배정까지 끝난 마당에 무조건 백지화하면 지역 주민이 반발할 것이다. 공기업 민영화도 차질을 빚을 우려가 크다. 혁신도시는 이러기도 저러기도 어려운 애물단지가 돼버렸다.

정부는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미래의 손실을 최소화할 방안을 찾아내야 한다. 엉터리 가정을 근거로 보고서를 조작해 혁신도시를 밀고 나간 균발위와 건설교통부 관계자들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