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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4월 12일 02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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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문제를 개선하고자 참여정부에서는 2005년부터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확대하는 정책을 채택했다. 그러나 섣부른 정책 시행으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효과도 없이 결과적으로 건강보험의 재정만 악화됐다. 건강보험의 재정 상황을 보면 지출이 수입보다 많아 하루에 약 13억 원의 적자를 내고 있다. 이를 해결하면서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하려면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한데, 국민 63%가 보험료 인상에 반대하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건강보험 외에 민간의료보험 등 다양한 의료재원 조달 방안을 고려해 보아야 할 때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건강 관련 보험시장이 급격히 팽창하기 시작했다. 1996년에 1조3000억 원이던 보험시장이 2000년에 3조 원으로, 2006년에는 8조 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민간보험 가입자 중에 90%가 암보험 등 특정 질환에 대하여 정액을 지급하는 보험에 가입하고 있어 문제가 된다. 예컨대 암보험에서 보장하는 7대 암 이외의 암이나 다른 병에 걸리면 보장이 되지 않는 것이다. 이것은 국민건강보험 보험료 수입의 30% 이상의 보험료를 국민이 자발적으로 내면서도 의료보장에 구멍이 있다는 것이다. 2005년부터 시행된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계획에서도 암 등 특정 질병에 대해서만 보장을 확대함으로써 우리나라 의료보장은 심하게 말해 로또와 비슷해졌다. 즉, 주요 암에 걸리는 경우 건강보험과 민간보험에서 지급하는 보험금을 합치면 의료비보다 훨씬 많은 돈을 받아 이익이지만, 그 외 질병에 걸리면 보험료를 많이 내고도 보장을 받지 못해 가계가 파탄날 수도 있는 위험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이런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의료 실비를 직접 보상하는 실손형 민간의료보험의 역할을 잘 규정해 활용할 필요가 있다. 실손형 보험은 환자가 부담해야 하는 실제 본인부담금을 전액 또는 상당 부분 실비로 보상하는 진정한 민간의료보험이다.
이 민간보험과 관련해 지적되는 중요한 문제로 저소득층이나 고위험군은 민간의료보험 가입이 어렵다는 점에서 의료서비스 이용의 양극화를 악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그러나 민영보험과 공보험 간의 연계 및 역할 제고를 통해 완화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전 국민 의무가입이라는 현재의 틀은 유지하되 보장성 강화에 따른 재원 확보는 민영보험을 통해 보완한다면 보장성 강화를 위해 필요한 재원을 극빈층 및 차상위 계층의 무상진료 등에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민간의료보험 확대 문제는 건강보험 및 보건의료제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이해 관계자마다 다른 입장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사회적 갈등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앞에서 지적한 문제를 보완한다면 사회적 수용 가능성이 높은 대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정기택 경희대 교수·의료경영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