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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4월 10일 23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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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포장을 약간 달리하긴 했지만 사실상 이번 총선을 옛 열린우리당 인물과 정체성으로 치렀다. 그 결과, 그동안 당을 실질적으로 떠받쳐온 중진 리더그룹과 이른바 민주화운동 대부(代父)그룹, 그리고 ‘탄돌이’와 386 운동권그룹이 줄줄이 낙선했다. 당으로서는 기둥이 뽑히는 듯한 충격일 수 있겠지만 발상을 바꿔 보면 자연스럽게 ‘미래지향적으로’ 인적 교체를 한 셈이다. 제 손으로 하기 어려웠던 일을 현명한 유권자들이 대신 해줬다고 볼 수도 있다.
민주당이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는 기회가 될 수도, 더 침체하는 위기가 될 수도 있다. 민주당 스스로 슬기로운 해법을 찾아야겠지만 내부 논리보다는 국민의 눈높이에서 답을 찾는 게 옳을 것이다. 국민은 제1야당에 걸맞으면서 크건 작건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신선한 리더십을 보고 싶어 한다. 말로만 영국 노동당을 수렁에서 구한 토니 블레어를 외칠 것이 아니라 실제로 그런 인물을 보여 달라는 것이다.
사실상 민주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은 지난 5년간 어설픈 진보 실험을 하다 실패했다. 진보 노선이 국민의 실생활보다는 이념에 치우친 데다 오만과 독선으로 무리하게 밀어붙였기 때문이다. 그것이 진보에 대한 국민의 거부감을 키웠고 이른바 진보세력이 지금처럼 초라하게 몰락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지금부터 민주당은 중도진보 노선이든 뭐든 한나라당으로 대표되는 보수와 차별화되면서도 국민에게 ‘반드시 존재해야 할 이유가 있는 정당’으로 정체성을 인정받아야 새로운 가능성을 열 수 있다. 이번 총선 결과 민주화 세대로 일컬어져온 인물들이 대거 퇴진한 것은 지난 20년간 우리의 정신세계를 지배해온 민주화 시대의 실질적 마감을 의미한다. 민주당은 어떤 새로운 시대정신을 만들어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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