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총선 民意는 역시 무서웠다

  • 입력 2008년 4월 10일 00시 13분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과반의석을 확보하는 승리를 거두었다. 큰 틀에서 보면 정권 교체를 이뤄낸 지난 대선의 민의가 반영된 것이지만 그 민의를 충분히 이어가지는 못했다. 특히 이재오, 이방호 의원 같은 이명박계 실세(實勢)들이 낙선한 것은 표심의 무서움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내각 인선과 공천 과정 등에서 보여준 실책과 오만에 대한 국민의 응징이 표출된 것이다. 정부 여당은 깊이 자성해야 한다.

그래도 국민이 한나라당에 과반의석을 준 것은 여전히 이명박 정권에 기대를 걸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 점에서 한나라당은 국민에게 큰 빚을 졌다. 국민의 요구는 경제를 살리고 선진화를 이루겠다는 약속을 지키라는 것이다. 정부와 여당은 반드시 이에 부응해야 한다.

국정의 안정과 효율을 높이기 위해 한나라당은 상생(相生)의 정치를 해야 한다. 야당을 국정 운영의 파트너로 인정해 양보할 것은 양보하고 취할 것은 취해야 한다. 오만과 독선은 금물이다. 매사에 인내심을 갖고 강약과 완급을 조화시켜야 한다. 그것이 다수여당이 국민을 위해 더 큰 일을 하기 위해 발휘해야 할 정치적 리더십이다. 정국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면 친박연대 및 무소속 당선자들에게도 손을 내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통합민주당은 대선 후 한나라당의 몇 가지 실책에 따른 반사이익을 취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선전(善戰)하지 못했다. 이제부터라도 합리적인 정책대결과 실용적 접근으로 대안(代案)세력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야 한다. 떼쓰기 정치로는 활로를 찾을 수 없다. 이것이 대선과 총선을 통해 표출된 민심이다. 국민이 가리키는 방향은 이념이 아닌 실용, 과거가 아닌 미래다. 국민은 소모적인 정쟁(政爭)에 화나고 지쳐있다. 민주당은 이런 점을 직시하고 새로 태어난다는 각오를 가져야 한다.

자유선진당은 충청지역당의 성격이 확연히 드러났다. 지역당의 모습이긴 하지만 당명(黨名) 그대로 대한민국의 선진화에 기여하는 것이 존립의 근거가 될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충청지역 말고도 영남 호남의 지역 분할구도가 선명하게 드러났다. 우리 정치, 우리 국민이 넘지 못한 지역주의(地域主義)의 벽을 거듭 절감케 한다. 4·9총선이 남긴 무거운 과제다. 투표율이 사상 최저인 46.1%에 그친 것도 지극히 우려스러운 일이다. 정치에 대한 국민의 무관심과 혐오증을 치유할 방도를 정치권과 각계가 함께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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