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사원들은 ‘열공’ 모드… 그런데 실적은 왜 그대로지?

  • 입력 2008년 3월 29일 02시 59분


■ 하버드大 ‘사내 학습조직 진단법’ 온라인 공개

1990년대 ‘학습조직’ 열풍이 경영계를 휩쓸면서 많은 기업이 임직원 교육을 위한 다양한 제도를 마련했다. 하지만 10여 년이 지난 현재 학습조직을 성공적으로 구축한 기업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이는 초기의 학습 이론들이 구체적인 처방을 제시하지 않았으며, 특히 학습 결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준과 도구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의 경영저널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3월호는 학습조직의 이상(理想)을 추구하는 기업들을 위해 조직의 학습 정도를 평가할 수 있는 새롭고 체계적인 진단 조사 방법을 소개했다. 데이비드 가빈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 등이 만든 이 조사법은 온라인 설문 방식이며, 하버드경영대학원 웹사이트(los.hbs.edu)에서 이용할 수 있다.

HBR 논문의 자세한 내용은 동아비즈니스리뷰(DBR) 6호(4월 1일자)에서 볼 수 있다.

○ 학습하는 조직의 3가지 구성 요소

가빈 교수 등은 기업의 학습 정도를 △협조적인 학습 환경 △구체적인 학습 과정과 실행 △학습을 강화하는 리더십 등 3가지 영역 중심으로 평가했다. 필자들은 이 세 가지 요소를 ‘학습하는 조직의 구성단위’라고 정의했다.

첫 번째 구성단위인 협조적인 학습 환경은 △동료나 상사의 의견에 대해 편안하게 반론을 제기할 수 있는 ‘심리적 안전’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한 개방적 자세 △직원들이 기업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숙고할 수 있는 시간 등으로 이뤄진다.

미국 미네소타대 아동병원은 협조적인 학습 환경을 만들기 위해 ‘비난적 어감 없이 보고하기’란 정책을 도입했다. 이 정책은 직원들이 ‘오류(error)’와 ‘조사(investigation)’와 같은 위협적 용어 대신 정신적으로 편안함을 주는 ‘우연한 실수(accident)’나 ‘분석(analysis)’ 등의 용어를 쓰도록 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정책을 시행한 결과 병원 내에서 환자를 위험에 빠뜨리는 행동양식과 시스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졌다. 또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조직 전체가 서로 협력하는 분위기가 생겨났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 병원에서는 예방 가능한 사망사고나 질병이 현저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두 번째 구성단위인 구체적인 학습 과정과 실행은 정보의 생산과 수집, 해석, 배포를 포함한다. HBR는 지식 공유와 체계화의 가장 좋은 예로 미 육군의 ‘사후 검토(AAR·After Action Review)’ 제도를 들었다. AAR는 군사 작전이 끝난 후 참가자들이 네 가지 질문, 즉 ①어떤 일에 착수했는가 ②실제 어떤 현상이 발생했는가 ③그 일은 왜 일어났는가 ④다음에는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 답변하고 토론하는 것이다. 미 육군은 이렇게 얻어진 정보를 상하(계급 라인) 또는 수평(부대 간)으로 전달한다. 최종적인 정보는 육군 분석센터에 체계적으로 보관한다.

학습조직의 마지막 구성단위는 학습을 강화하는 리더십이다. 학습하는 조직은 지도자의 역할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지도자가 적극적으로 의문을 제기하고, 직원들의 말을 경청해 대화와 토론을 활성화해야만 기업 내의 학습 열기가 높아진다.

○ 부서 간, 기업 간 학습정도 비교 가능

자기 조직의 학습 정도를 평가하고 싶은 기업이나 리더는 하버드경영대학원 웹사이트에서 온라인 진단평가를 해 보면 된다. 온라인 조사는 100점 만점으로 환산한 수치 점수를 제시한다. 따라서 조사 참여자는 바로 자기 조직의 학습 정도를 가늠해 볼 수 있다. 또 다른 부서 혹은 다른 기업의 학습 정도와 비교하는 것도 가능하다.

가빈 교수는 기업이 약점이 드러난 분야를 개선하기 위해 팀을 구성해 구체적 전략을 구상할 것을 제안했다. 최고점을 받은 부서가 해당 분야가 약한 다른 부서와 파트너십을 맺어 해결 방안을 찾아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가빈 교수는 “한 기업 안에서도 업무 및 리더십의 차이에 따라 부서의 성격이 매우 달라진다”며 “따라서 학습 조직의 구축과 개선을 획일적으로 추진해서는 안 되며, 각 부서의 다양성과 특징을 최대한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권모 기자 mikemoon@donga.com

국내 최초의 고품격 경영매거진 ‘동아비즈니스리뷰(DBR)’ 6호(4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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