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10년 만에 듣는 “국군포로 송환은 국가 책무”란 말

  • 입력 2008년 3월 13일 03시 03분


이상희 국방부 장관은 어제 이명박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하면서 “북한에 억류 중인 국군포로 문제를 국가적 책무 이행 차원에서 해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너무도 당연한 이 말을 우리는 지난 10년 동안 책임 있는 당국자의 입을 통해 들어보지 못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햇볕정책에 취해 거론 자체를 금기시했기 때문이다.

나라를 위해 싸우다 포로가 된 국군 장병을 적의 수중에 방치해놓는 국가가 정상적일 수는 없다. 어느 누가 이런 나라를 위해 유사시 총을 들고 피를 흘리겠는가. 하지만 김, 노 정권은 북한에 10조 원에 달하는 지원을 하면서도 국군 포로의 생사조차 확인하지 못했다. 못한 게 아니라 안 했다. 북한의 공식입장은 ‘강제 억류 중인 국군포로는 한 명도 없다’는 것인데, 문제를 제기하면 남북관계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에서였다.

남한 가족들의 피맺힌 호소와 인권단체들의 줄기찬 노력으로 국군포로 문제를 넓은 의미의 이산가족 차원에서 다루게는 됐지만 지금껏 남한의 가족과 상봉한 국군포로는 10여 명에 불과하다. 사선(死線)을 뚫고 탈북, 귀환한 국군포로 70여 명의 증언에 따르면 북한에는 560여 명의 국군포로가 살아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정부는 어떤 송환노력도 기울이지 않은 것이다.

1994년 국군포로 고 조창호(당시 64세) 중위가 뗏목과 어선에 의지해 압록강과 서해를 거쳐 3주 만에 극적으로 대한민국의 품에 안기자 당시 김영삼 정부는 다른 유가족들의 신고와 병적부 확인 등을 통해 1만9409명의 ‘6·25 참전 행불자 명부’를 공개한 바 있다. 그러나 그걸로 끝이었다. 김대중 정부는 쉬쉬하며 이 문제가 이슈화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북은 핵과 미사일로, 그렇게 눈치를 살핀 우리 정부의 뒤통수를 쳤다.

미국 하원에는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기 위한 8가지 조건의 하나로 ‘한국군 포로 송환’을 포함시킨 법안이 제출돼 있다. 우리 정치권과 역대 정부는 부끄럽지도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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