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재철]남극기지 대원들 가슴은 뜨거웠다

  • 입력 2008년 1월 23일 02시 51분


일흔이 넘은 나이에 무슨 남극탐험이냐고 주위에선 말렸지만 2일 저녁 신년하례회를 마치자마자 인천공항으로 가 남극탐험 대원의 일원으로 비행기를 탔다. 전부터 남극에 한번 가보고 싶던 차에 ‘남극은 남빙양과 산이 어우러진 꼭 가 봐야 할 곳’이라는 한국 대학생 남극탐사대장 최홍건 한국산악회장의 권유가 있어 탐사대의 명예단장 자격으로 동행했다. 인천공항을 떠나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칠레의 산티아고를 거쳐 남단의 푼타아레나스까지는 비행기로도 30여 시간이 걸렸다.

푼타아레나스에서는 정부의 세종기지조사단과 일행이 돼 군용 수송기를 타고 2시간 반가량 비행해 세종기지가 있는 킹조지 섬에 도착했다. 세종기지의 이상훈 대장이 직접 마중을 나왔다. 고국을 떠나 1년여 동안 남극에서 지내온 이들의 반가워하는 모습엔 진실함과 즐거움이 배어 있었다. 세종기지 연구원은 20명 전후다. 난방시설이 잘 갖추어진 방에서 연구원들의 연구 내용 및 남극에 관한 이야기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들었다.

남극대륙은 중국과 인도의 국토를 합한 것만큼 크며 대륙의 평균 높이는 800m이고 그곳에서 가장 높은 빈슨매시프 봉은 4897m로 알프스 산맥의 최고봉인 몽블랑보다 높다. 남극은 평균 두께가 2500m에 이르는 얼음으로 뒤덮여 있지만 그 밑 대륙에는 다른 육지처럼 많은 자원이 묻혀 있을 것으로 보고 각국이 탐사에 열을 올리고 있다. 남극에는 현재 20개국이 43개의 조사기지를 설치해 지구의 기후변화, 자원탐사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까지의 조사로도 석유자원 부존 가능성과 미래의 청정에너지인 하이드레이트가 다량 매장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우리 대학생 남극탐사대도 세종기지 조사팀과 대륙기지후보조사팀, 그리고 빈슨매시프 등반팀 등 3개팀으로 나뉘어 출발했다. 세종기지팀은 일찍 임무를 마치고 아르헨티나의 파타고니아로 갔지만 기지조사팀은 러시아의 쇄빙선을 타고 40여 일간 남극대륙을 돌면서 제2의 세종기지 후보지를 조사할 것이고 빈슨매시프팀은 한동안 혹한과 싸우며 사투를 벌여야 할 것이다.

남극은 여름인데도 기후변화가 심해 도착할 때는 쾌청했는데 다음 날은 초속 14m의 눈바람이 휘몰아쳤다. 문명과 떨어진 혹독한 자연환경 속에서도 여러 분야의 과학자들이 1인 2역, 3역을 하면서 연구 활동을 원만하게 해 가는 모습에서 안도감을 느꼈다.

날씨가 나빠 예정보다 더 머물게 됐을 때 연구원들에게 부담을 주는 것 같아 미안했지만 막상 떠나려니 이들만 남겨 두고 가는 우리가 야속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남극의 곳곳에서 우리의 젊은이들이 혹한과 위험 속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고 남빙양에서 우리 어선들이 조업을 하고 있다. 남극과 북극, 그리고 세계의 여러 오지에서 땀을 흘리고 있는 의지의 한국인이 있기에 우리의 장래는 미덥기만 하다.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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