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제51기 국수전… 이세돌의 시간이 됐나

  • 입력 2008년 1월 21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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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 9단의 전성기 시절 ‘이창호 타임’이라는 말이 있었다. 제한시간 3, 4시간짜리 바둑의 경우, 오후 5시나 6시경은 중반에서 종반으로 넘어가는 시점으로 기사들의 집중력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때이다. 이창호의 마법은 이때부터 빛난다. 불리한 바둑을 끝내기에서 한발 한발 쫓아가 역전시키는 경우가 많았다. ‘이창호 타임’에 많이 당한 사람은 조훈현 9단이었다.

요즘은 ‘이세돌 타임’이란 말이 나온다. 포석이 끝나고 중반으로 넘어가는 때를 말한다. 포석이 약한 이 9단이 초반에 잃은 포인트를 막강한 수읽기와 전투력으로 만회한다는 의미다.

이번 대국도 점심시간 언저리인 ‘이세돌 타임’이 올 때가 됐다. 하지만 윤준상 국수의 허점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흑 91까진 외길인데 백 92가 의외의 수였다. 보통은 92를 두지 않고 94의 곳에 둬 한 점을 잡는다. 흑이 이 돌을 살리려고 하면 백은 공격 자세로 자연스럽게 상변 흑 진을 깨자는 뜻이다. 그러나 윤 국수는 이 9단의 변신을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이 9단은 무거운 돌을 움직이는 대신 흑 95, 97로 이를 버리는 작전을 들고 나왔다. 백 102까지 좌상 귀가 백의 수중에 떨어졌다. 실리는 컸지만 대세에는 뒤지는 결과였다. 백은 참고1도를 택해야 했다. 흑도 95로 참고2도처럼 귀를 살리는 것은 실수.

흑 103으로 상변 흑 세력의 웅장한 모습이 구체화됐다. 이때 이 9단의 허리가 비로소 펴지기 시작했다. ‘이세돌 타임’이 시작되는 것일까.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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