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제51기 국수전… 끝낼 찬스를 놓치다

  • 입력 2008년 1월 15일 03시 03분


백 ○를 본 이세돌 9단은 의아한 표정으로 상대를 슬쩍 쳐다봤다.

그의 얼굴엔 ‘준상아, 이건 백이 안 되는 수 같은데…’라는 표정이 역력했다.

이 9단은 자신 있게 흑 21, 23의 이단젖힘을 들고 나왔다. 이 장면에선 당연한 강수라고 생각한 것.

그는 백 26으로 보고 나서야 착각했다는 점을 깨달았다. 백 24 한 점을 축으로 잡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 그는 멀리 우변에 있는 백 한 점이 축과 상관없다고 속단해 왔다. 그러나 그 한 점은 정확히 축머리에 놓여 있었다. 아까부터 윤준상 국수가 태연한 표정이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흑 27로 늘 수밖에 없어 흑이 초반부터 밀린 셈이다.

이 9단은 대국 후 “당연히 축은 제가 유리하다고 생각했다”며 “축이 불리하단 사실을 알았다면 실전과 같은 정석은 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9단 같은 고수가 간단한 축을 잘못 읽었다는 것은 의외. 최근 그의 집중력이 떨어져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흑이 착각을 깨닫는 동안 백은 흑을 궁지로 몰아넣는 수를 놓쳤다.

백 26은 참고1도 백 1처럼 꽉 이어야 했다. 흑 8까지는 실전과 같은데 이때 백 9로 움직이는 수가 있다. 백 13 이후 흑은 귀를 살려야 하는데 백 15로 하변 흑이 납작하게 누를 수 있다. 만약 참고2도 흑 14로 하변에 먼저 손을 대면 백 15, 17의 묘수로 귀의 흑을 잡는다. 백이 초반에 승부를 끝낼 찬스를 놓친 채 바둑이 흘러간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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