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제 미래로 가자

  • 입력 2007년 12월 20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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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 17대 대통령으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선택했다. 가히 민심의 폭발이었다. 이 당선자에 대한 압도적 지지로 이뤄진 정권 교체는 침묵하는 다수의 소리 없는 선거 혁명이다. 노무현 정부의 실정(失政)에 대한 준엄한 심판이자 국가경영의 지향을 이념 아닌 실용, 공론(空論) 아닌 실질, 과거 아닌 미래, 분열 아닌 통합으로 바꾸어 달라는 엄중한 요구다.

이 당선자는 10명의 후보가 난립하고 보수가 분열한 구도에서도 절반에 가까운 득표에 성공했다. 이 당선자는 끈질긴 네거티브 공세를 받으면서도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를 현저한 표차로 눌렀다.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이회창 후보의 당락이 불과 2.3%포인트 차로 갈린 것과 크게 대비된다. 국민을 편 가르고 정치 경제 사회적 갈등을 부추겨 정치적 이익을 취하려는 세력을 거부하고, 민생을 위한 비전과 그 실현의 가능성을 보여 준 후보에게 표심(票心)이 쏠린 결과라고 우리는 본다.

1997년 외환위기와 함께 정권을 잃었던 한나라당이 10년 만에 정권 탈환에 성공한 것은 국민이 이 나라의 산업화 세력에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었다는 의미가 있다. 선거 결과에 담긴 민심은 이 당선자에게 큰 힘이자 동시에 무거운 짐이다. 5년 전 노 후보를 당선시켰던 국민이 이번에 철저하게 노 정권을 응징했다. 이 당선자, 그리고 한나라당과 선거 캠프 주역들이 승리에 도취해선 안 될 이유다. 오히려 큰 승리를 안겨 준 민심을 두려워해야 한다. 당선 첫마디로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국민을 섬기겠다”고 한 이 당선자의 초심(初心)을 새 정권 구성원 모두가 가슴 깊이 새겨야 한다.

이 당선자는 도덕성 문제와 관련된 시비를 선거 압승으로 일단 돌파했지만 국민이 면죄부를 준 것은 아니다. 후보 검증 과정에서 제기된 의혹을 말끔히 씻기 위해서도 높은 도덕성과 공인 의식으로 재무장해야 한다. 집권 초부터 측근과 친인척의 발호를 엄히 경계해야 한다. 주변에서 스캔들이 터지기 시작하면 국민을 실망시키고 국정운영의 동력(動力)이 급속하게 떨어질 것이다.

패배의 쓴잔을 든 후보들에게는 진심으로 위로하고 싶다. 특히 신당은 10년 정권을 빼앗긴 데 따른 충격이 클 것이다. 10년 전 정권 교체와 5년 전 정권 재창출의 환희에 들떴고 자부심도 컸겠지만 무능과 무책임으로 인한 실정 탓에 스스로 모든 것을 잃었다. 이제 국민의 심판은 끝났다. 정 후보도 “선거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했지만 신당은 이제 자성(自省)의 바탕 위에서 재기(再起)를 꾀해야 한다.

신당을 포함한 현재의 범여권이 국정의 건전한 비판자이자 견제 세력으로서 향후 5년간 국민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면 다시 집권할 기회가 올 수 있다. 그것이 민주주의다. 다만 비판할 것은 비판하되 협조할 일은 협조해야 한다. 사사건건 정쟁(政爭)을 일삼고 이명박 정부의 발목을 잡는 식으로는 국가발전에 장애가 될뿐더러 국민의 지지 회복도 불가능하다.

이 당선자도 야당이 국정의 동반자라는 확고한 인식으로 대화하고 협조를 구하는 화합의 자세를 보여야 한다. 자신을 지지한 세력만 편애하고 반대한 사람들에게는 노골적인 증오의 감정을 표출한 정치가 어떻게 실패하는지는 노 정부가 극명하게 보여 줬다.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사람들까지 포용해 국정 협조세력으로 끌어들여야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다.

새 정부가 출범하는 내년 2월 25일까지는 두 달 남짓 남았다. 노 대통령은 독선의 ‘대못질’을 멈추고 신(新)정부가 안착할 수 있도록 순조로운 국정 이양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아름답게 퇴장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 물러나는 대통령으로서 최소한의 예의일 것이다.

이 당선자는 인수위 구성에서부터 유능한 정부를 꾸려 갈 수 있는 수권(受權) 능력을 보여야 한다. 첫 단추부터 잘 끼워야 할 것이다. 인수위가 비대한 대선 캠프의 논공행상 잔치판이 돼서는 곤란하다.

좌파 정권 10년을 겪으며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정체성이 폄훼되고 국민의 자부심도 상처를 입었다. 내년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60주년이 되는 해다. 식민지 지배와 전쟁을 겪고서도 불과 한 세대 만에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동시에 이룩한 나라는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 이번 대선 결과는 반세기 만에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에너지와 창의력을 다시 결집할 리더십을 국민이 갈망하고 있음을 확인시켰다. 국민은 이명박 정부와 함께 세계 앞에 자랑스러운 한국인으로 다시 서고 싶다. 새해가 그 원년(元年)이 돼야 한다.

이번 선거혁명의 주체는 유권자인 국민이다. 실사구시(實事求是)의 리더십으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그리고 법치를 확고히 하라는 국민의 명령이 이명박 정부를 탄생시킨 것이다. 국리민복(國利民福)을 증진하고,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며, 더 많이 나눌 파이를 키우는 것이 새 정부에 부여된 절대적 과제다.

국정을 정치꾼들에게만 맡겨 놓고 방관자나 구경꾼 의식에 빠져 있으면 생산적이고 창조적인 정치는 점점 멀어질 수밖에 없다. 국민 삶의 질을 높이고, 나라의 힘과 품격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하려면 이번 대선에서처럼 국민의 결집된 의사와 행동이 중요하다.

대한민국은 지금 성장 동력을 잃고 침몰하느냐, 정체(停滯)를 극복하고 선진국으로 진입하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 현 정부는 7% 성장을 약속했지만 임기 5년 동안 평균 4.2%로 세계 평균 경제성장률도 못 이뤘다. 이명박 정부는 ‘작은 정부 큰 시장’의 원칙 아래 정부 및 공공부문 개혁을 선행하고, 규제를 풀어 기업 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민간의 창의와 활력이 되살아나고 투자가 회복된다. 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이 당선자는 민간의 투자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이 민생의 시작이요 끝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대통령이 국민의 신뢰를 얻고 국민이 미래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되면 대한민국은 새로운 국운(國運) 상승기를 맞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와 국민 사이의 언로(言路)가 항상 뚫려 있어야 한다. 대통령 당선자가 일을 할 수 있도록 모두 힘과 마음을 실어 주는 화합이 필요하다. 그래야 국민이 살맛나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 이 당선자의 분발과 성공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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