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제51기 국수전…부글부글 끓다

  • 입력 2007년 12월 12일 03시 01분


백 58은 침착의 극치다. 흑이 한 수만 더 두면 우변 흑 진이 모두 집으로 굳어질 텐데도 윤준상 국수는 하변 진영부터 지키고 본다.

그러나 검토실에선 참고도 백 1로 흑 진을 삭감하고 싶다는 의견이 많았다. 아무래도 우변을 통째로 흑에게 내주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흑 2에는 백 3. 낮은 자세지만 버틸 만하다.

백 58을 본 이세돌 9단이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좀 심한데…’라는 표정으로 반상을 응시하던 이 9단은 흑 61을 쿵 소리 나게 내려놓는다. 이 수로 확정된 우변 흑 집은 50집에 가깝다.

윤 국수는 흑의 움직임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한술 더 떠 백 64로 상변을 침착하게 지킨다.

이 9단의 속이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철저하게 흑을 무시하는 듯한 백의 태도에 자존심이 상한 것. 이 9단은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는 듯 탐색전을 그만두고 흑 65, 67로 전투태세에 돌입한다.

윤 국수는 흑의 도전에 응수하지 않고 백 74로 묘한 곳을 끊어갔다. 흑이 잡으면 그만인데 끊어간 이유는 뭘까. 이 한 수로 바둑은 예기치 못한 변화의 늪으로 빠져든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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