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산책]‘이상한 귀국’ 천수, 실력만으로 소문 잠재워라

  • 입력 2007년 11월 3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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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0일 밤. 아시안컵대회에 참가한 축구대표팀이 머물고 있던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메리엇 호텔에서는 긴박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오전 1시 반에 이천수는 체온이 섭씨 39.8도까지 올라갔고 경련을 일으켰다. 대표팀 주치의 임영진 박사와 최주영 의무팀장은 온 몸이 불덩이처럼 된 이천수를 한국으로 이송할지를 고민했다. 급성편도선염이었다. 날이 밝으면 난적 사우디아라비아와 경기를 치러야 할 상황. 임 박사와 최 팀장은 이천수의 옷을 벗기고 얼음 마사지를 하기 시작했다. 한밤의 마사지는 6시간 동안이나 계속됐다. 이천수에게 투입된 링거액만 2000cc에 이르렀다. 오전 6시가 되자 이천수의 열은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임 박사는 당시 상황에 대해 “스타플레이어도 병 앞에서는 약하다는 걸 느꼈다. 그러나 이천수 본인의 뛰고자 하는 의지가 워낙 강했다”고 말했다. 이천수 본인의 의지가 주치의와 의무팀장을 움직였고 이들은 밤을 새워 가며 그를 간호했다.

이천수는 “감독님에게 오늘 내가 뛸 수 있다고 말해 달라”며 투지를 굽히지 않았다고 했다. 이 말에서 임 박사는 이천수의 근성을 읽었다고 했다.

임 박사는 당시 핌 베어백 감독이 이천수의 컨디션에 대해 물어 보자 대답 대신 감독에게 되물었다. “당신의 생각은?” “팀에 꼭 필요한 선수다.” 그러자 임 박사는 이렇게 답했다. “당신이 원하고 본인이 원하면 20분 정도는 뛸 수 있다.” 베어벡은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 후반 22분 이천수를 교체 투입했다. 주치의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다.

이천수는 당시 유럽행을 고민하며 아시안컵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위해 투혼을 발휘했다. 그 전부터 유럽으로 가기 위해 소속팀 울산 현대와의 마찰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렇게 어렵게 건너간 네덜란드에서 갑작스레 귀국한 이천수를 둘러싸고 구단과의 마찰설, K리그 복귀설 등 여러 말이 나오고 있다. 향수병 때문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이천수는 29일 에이전트를 통해 항간의 소문을 모두 부인했다. 그는 감기와 장염 증세로 훈련이 부족한 상태이며 안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2주간 휴가를 받은 그가 다시 투혼을 발휘하기를 팬들은 기대하고 있다.

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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