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최창봉]“월급을 증여라니…” 사학 옥죄는 법규정

  • 입력 2007년 11월 29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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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하게 학교를 위해 일하고 받는 월급을 증여라니요. 기가 막힙니다.”

“사학을 세워 교육에 헌신한 사람도 많은데 이 정부는 모든 사학을 부패의 온상으로 매도합니다.”

국세청이 5개 전문대 및 고교 법인에 증여세 49억 원을 부과했다는 27일자 본보 기사가 나간 뒤 사학 관계자들의 전화가 빗발쳤다.

▶본보 27일자 A13면 참조
5개 전문대 법인에 증여세 49억원 부과

이들은 “사학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취급하는 분위기에서 부당한 일을 겪어도 말을 아끼고 살았는데 그 억울함을 조금이나마 풀어 줘 고맙다”고 입을 모았다.

사학법인들은 12월 초 한국사학법인연합회 총회에서 위헌심판을 청구하는 등 법 개정 활동에 나설 방침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1999년 개정된 상속세 및 증여세법 48조, 78조, 80조다. 이 조항은 사학법인 설립자와 특수 관계인 친인척이 교장, 학장, 총장으로 일할 경우 이들이 받은 월급 등을 증여로 규정해 5, 6년간 받은 경비 전액을 법인에 세금으로 물리게 했다.

또 사립학교법이 이사의 4분의 1을 설립자의 친인척으로 구성할 수 있도록 한 반면 상속세법은 5분의 1 이상이면 초과 이사에 대한 경비를 증여로 간주한다.

그러나 법인회계와 학교회계는 엄연히 분리돼 있는데 근로를 제공하고 받은 정당한 월급을 설립자의 친인척이라는 이유만으로 증여로 간주해 법인에 세금을 물리는 것은 잘못이란 것이 법률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일부 사립대 총장이 월급을 장학금으로 기탁하는 이유 중에는 이런 상속세법에 의해 부당하게 세금으로 빼앗길 것을 내다봤기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2005년 개정된 사학법에 대해 사학들이 거세게 저항하자 참여정부는 감사원을 동원해 사학들을 샅샅이 뒤져 ‘사학 손보기’라는 지적을 받았다. 국세청은 이런 불순한 의도에서 시작된 감사 결과를 통보받고 무리한 규정을 근거로 세무조사에 나선 셈이 됐다.

더 큰 문제는 교육인적자원부와 재정경제부가 이런 문제점을 알면서도 감사원의 눈치를 보느라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사학에 비리가 있다면 당연히 엄단해야 하지만 모든 사학이 범죄자인 것처럼 몰고 가서는 안 된다. 관련 부처와 국회는 상속세법의 엉터리 규정을 시정하기 위한 법 개정에 즉각 나서야 한다.

최창봉 교육생활부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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