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제51기 국수전… 연이은 착각

  • 입력 2007년 11월 7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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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훈 9단은 백의 턱 밑으로 날아든 흑 83을 갑갑한 마음으로 쳐다본다. 상대방의 아픈 곳을 콕 찌르는 흑 83과 같은 수는 이세돌 9단의 전매특허. 박 9단은 얼핏 참고도 백 1을 떠올린다. 백 7까지 귀의 흑을 잡을 수 있다. 하지만 백이 귀를 잡아도 흑 8로 백 한 점을 잡으면 백이 손해를 본 결과다.

박 9단은 백 84를 두면서 스스로 위안한다. “우상 귀는 패가 나니까 버틸 수 있는 데까지 버티자.”

그러나 이 9단의 손길이 흑 85에서 멈추자 박 9단은 다시 아찔함을 느낀다. “아, 또 착각이었어, 착각.”

박 9단은 흑이 85 대신 87의 곳에 둘 것으로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 이 경우 귀는 단패가 난다. 하지만 실전에선 두 수 늘어진 패. 사실상 귀의 흑이 아무 대가도 치르지 않고 산 것이나 마찬가지다. 흑이 귀에서 손을 빼고 흑 ○를 연타했기 때문에 백은 반드시 귀를 잡았어야 했는데 귀의 흑이 살아버렸으니 형세는 흑의 절대 유리로 돌아섰다.

흑은 실리도 부족하지 않고 좌변과 중앙이 두텁다. 백은 이제 중앙 세력을 최대한 삭감해야 한다. 백은 94, 98의 잰걸음으로 흑 진에 들어간다. 이 9단의 공격이 불을 뿜겠지만 이렇게 버텨야 승부가 된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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