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현직 국세청장과 검찰의 ‘6000만 원’ 진실게임

  • 입력 2007년 10월 25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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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곤 전 부산국세청장이 건설업자 김상진 씨에게서 1억 원을 받아 6000만 원을 전군표 국세청장에게 전달했다고 최근 검찰에서 진술한 사실이 밝혀져 파문이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전 청장은 완강히 부인하고 있는 반면 부산지검은 “정 전 청장의 진술이 오락가락하지 않는다”며 전 청장이 뇌물 일부를 전달받은 혐의가 ‘수사의 중심’임을 시사했다.

지난달 12일 정 전 청장에 대한 수사 관련 자료를 제출받기 위해 국세청을 찾아간 부산지검 검사에게 전 청장이 “용처(用處)를 더 조사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는 사실은 지난달 19일 본보 보도를 통해 알려진 바 있다. 당시 전 청장은 보도 내용을 부인했지만 부산지검은 수사 검사가 전 청장의 요청을 상부에 보고한 문서가 있음을 시인했다.

건설업자 김 씨에 대해 이미 진행 중이던 세무조사를 지방국세청장이 독자적 판단으로 중단하기는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도 국세청 본청 또는 권력층의 연루설이 줄기차게 나돌았다. 정 전 청장은 구속된 뒤 “1억 원은 내 돈이 아니다. 내가 입을 열면 여럿 다친다”면서 용처에 대해 입을 열지 않다가 10여 일 전에야 ‘6000만 원’에 대한 진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정 전 청장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6000만 원의 성격을 가리는 것이 중요하다. 검찰은 인사 청탁을 위한 돈인지, 관행적인 상납인지, 아니면 세무조사 무마 사례용 뇌물이 정 전 청장을 통해 국세청 본청으로 전달된 것인지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 몇 개의 정거장을 거쳐 세무조사 중단을 실질적으로 거든 정권 실세(實勢)에게 돈이 흘러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직 국세청장이 사법 처리된다면 국세청 개청 이래 최초의 사태다. 전 청장이 관련됐다면 사건의 몸통은 건설업자 김 씨와 정 전 청장을 연결해 준 정윤재 전 대통령의전비서관 정도가 아닐 것이다. 국민은 검찰을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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