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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10월 24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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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4번 김동주가 타석에 섰다. 볼카운트 1스트라이크 2볼에서 SK 선발 채병용이 던진 공이 김동주의 어깨에 맞았다.
순간 흥분한 김동주는 마운드 쪽으로 몇 걸음 다가섰고 채병용은 ‘왜 그러느냐’는 듯 양팔을 벌린 채 고의가 아니라는 동작을 취했다. 둘의 제스처는 일촉즉발의 상황을 연출하기에 충분했다. 결국 양 팀 선수단은 모두 그라운드로 뛰쳐나왔고 경기는 6분이나 중단됐다.
최소한 채병용의 이 투구는 빈볼(위협구)이 아닐 가능성이 많다. 제 아무리 타석에 강타자 김동주가 서 있더라도 동점 상황에 주자까지 있는데 빈볼을 던질 리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동주는 크게 흥분했다. 하필이면 이 사건이 있기 전인 2회 두산 안경현이 채병용의 공에 맞아 손가락 골절을 당해 병원으로 옮겨졌고, 3회 두산 이대수는 2루 베이스 커버 중 상대 주자에게 거친 태클을 당하는 등 두 팀의 신경전이 위험수위를 넘나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두 팀은 정규시즌 때부터 감독끼리 여러 차례 설전을 벌였다. 전날 1차전에서는 SK 정근우가 2루 수비 중 두산 이종욱의 다리를 잡아 주루를 방해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두산은 SK가 1루 관중석 쪽에 몰래 카메라를 설치했다고 주장하다가 사과하는 해프닝도 일어났다.
상대의 빈볼에 보복성 빈볼을 던지거나 단체 행동을 하는 것은 필요악일 수 있다. 그러나 이로 인해 상대 선수의 생명을 위협한다든가 가을 축제를 망쳐서는 안 된다.
팬들은 선수들의 화끈한 플레이를 보길 원하지 얼굴을 붉히게 만드는 싸움판을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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