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기자의 퀵 어시스트]감독들 스트레스 동병상련

  • 입력 2007년 10월 17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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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허재(41) 프로농구 KCC 감독을 사우나에서 만났다.

그의 목, 어깨, 등에는 온통 동그란 부항 자국이 누렇게 남아 있었다.

“요즘 스트레스가 심해져 푸는 데 좀 도움이 될까 싶어서요. 벌써부터 이러면 안 되는데…. 허허.”

선수 시절 ‘농구 대통령’으로 불리며 최고 스타였던 허재 감독. 특유의 카리스마를 지녀 누구 앞에서도 당당한 모습을 잃지 않던 그였지만 18일 시즌 개막을 앞두고 최근 극심한 부담감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시즌 30년 넘는 농구 인생 처음으로 ‘꼴찌’의 수모를 당한 뒤 올 시즌에는 주위에서 모두 KCC를 우승후보로 꼽고 있어서다.

그 가능성은 일단 높아 보인다. 홈 팬의 거센 반대 속에 간판스타 이상민을 내주고 센터 서장훈과 가드 임재현을 영입해 기존 멤버인 포워드 추승균과 강력한 국내 선수 라인업을 갖췄다. 외국인 선수 두 명의 기량도 괜찮은 편이다. 그래도 허 감독은 ‘이번엔 꼭 뭔가를 보여 줘야 한다’는 압박감 속에 시즌을 맞고 있다.

마음고생이 어디 허 감독뿐이랴.

오리온스에서 SK로 옮긴 김진 감독, 지난 시즌 통합챔피언이었다 올 시즌 전력 누수로 열세가 예상되는 모비스 유재학 감독, 지난 시즌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했던 동부 전창진 감독과 전자랜드 최희암 감독 등 대부분 사령탑이 말 못할 고민에 시달리고 있다.

지도자는 물론이고 선수, 심판, 프런트와 그 가족들도 마찬가지일 게다. 내년 3월까지 정규리그 팀당 54경기를 치르는 긴 레이스 속에서 경기마다 가슴 졸일 것이다. 이런 현실은 승자와 패자가 갈리는 코트에서 누구나 감내해야 될 현실이다.

모두가 같은 처지라면 올 시즌에는 각을 세워 대립하기보다는 크게 보면 다 같은 ‘농구 가족’이라는 동병상련의 마음을 가지면 어떨까.

남 주기가 아까워 자기 팀 벤치에 늘 앉혀 두는 선수가 있다면 트레이드로 상생의 길을 찾고, 악의적인 파울보다는 쓰러진 상대 선수를 일으켜 세워 주는 장면이 많아진다면 코트는 한층 밝아질 것이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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