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민혁]유방암 환자 부부 ‘가슴의 서약’을

  • 입력 2007년 10월 4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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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의 유방암 발병률은 세계 평균의 20배에 이른다. 연 발생환자 수는 1만 명이 넘는다. 유방암 환자들은 암 자체에서 오는 신체적인 고통 외에도 여성으로서 가슴을 잃은 아픔으로 이중의 고통을 겪는다.

최근 한국유방암학회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유방암 환자의 73%가 암 치료를 위한 가슴 절제를 고유의 여성성 상실로 인식하고 있었다. 86%가 넘는 유방암 환자는 가슴 상실을 장애로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암 재발 공포도 환자를 힘들게 한다. 조사에 따르면 유방암 환자 10명 중 8명이 암 재발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우울증을 경험한다.

이 때문에 유방암 환자에게는 가족, 특히 배우자의 위로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유방암 환자들은 배우자에게 가장 바라는 것으로 ‘심리적 위안’을 꼽는다. 하지만 아직 선진국에 비해 한국 남성의 유방암 인식 수준은 매우 낮다. 아내의 유방암 치료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한국유방암학회에서는 10월 유방암 인식의 달을 맞아 행복한 유방암 환자를 위한 부부 지침을 발표해 유방암의 치료와 극복에 남성의 적극적 동참을 권하고 있다.

유방암에 걸린 아내를 둔 남편은 유방암 자가 진단법을 익혀 아내의 검진을 도와야 한다. 유방암 환자는 재발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한 달에 한 번 유방암 자가 진단이 필요하다. 특히 수술 이후 2, 3년간 재발 위험이 높아 정기적인 자가 검진은 필수다. 아내가 자가 진단하는 것을 도와주는 것은 재발을 막을 뿐 아니라 남편의 관심과 사랑을 표현하는 좋은 방법이다. 또한 아내가 가슴을 절제해 성적 매력을 잃었다고 생각하기 쉬우니 아내에 대한 변함없는 사랑을 표현하고, 뜨거운 가슴으로 자주 포옹해 주는 것도 상심한 아내를 위한 좋은 치료제가 될 수 있다.

부부는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즐거우나 괴로우나 항상 함께하고 서로를 사랑하겠다’는 서약을 하고 살면서 힘든 순간들을 이겨낸다. 마찬가지로 유방암 치료를 받는 환자와 그 배우자는 담당 의사의 주례 아래 ‘가슴의 서약’을 하기 바란다. 유방암 환자는 유방의 건강과 재발 예방에 대한 서약을, 배우자는 가슴으로 아내의 치료를 돕겠다는 서약을 함으로써 지혜롭게 유방암을 극복하도록 하자.

이민혁 한국유방암학회 이사장·순천향대병원 유방클리닉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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