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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9월 11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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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게 진행되는 데는 한국 정치의 고질 중 하나인 지도자의 오판과 참모들의 잘못된 보좌가 한몫하고 있다.
범여권의 혼란에는 노무현 대통령의 실정(失政)이 깔려 있다. 여당이던 열린우리당조차 참여정부의 실정을 인정하고 당 간판을 내렸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선거중립 의무를 저버린 채 노골적으로 대선 판에 뛰어들고 있다. 청와대는 야당 유력 후보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는 전례 없는 일까지 했다.
또 임기 6개월이 채 남지 않은 노 대통령은 취재 통제를 골자로 하는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으로 국민의 알 권리와 언론 자유에 ‘대못질’하며 대선 판에 혼란을 더하고 있다. 그런데도 노 대통령의 잘못된 언론관을 잡아주는 직언을 하는 참모들은 보이지 않는다. 현 정부에서 장차관 등 고위직을 지낸 인사들은 한술 더 떠 ‘참여정부 평가포럼’을 만들어 노 대통령의 치적을 홍보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노 대통령과 참모들에게는 국민의 원성이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범여권의 표류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지나친 욕심도 작용하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은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 유지를 위해 반(反)한나라당 연합을 독려하고 있다. 민주당이 범여권의 반성 없는 통합은 야합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며 독자 경선에 나서 김 전 대통령의 영향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점이 드러났다. 하지만 김 전 대통령과 참모들은 한나라당의 집권을 막아야 한다며 아직도 대통합을 역설하고 있다.
전현직 대통령이 국민의 뜻을 제대로 읽지 못한 채 대선에 개입하다 보니 대통합민주신당 대선주자들도 오판을 하기는 마찬가지다. 한나라당에서 건너간 손학규 전 경기지사나 노 대통령 밑에서 총리와 장관을 지낸 이해찬 한명숙 정동영 유시민 후보 모두 참회 없이 후보 단일화와 네거티브 ‘한 방’의 환상에 사로잡혀 있다. 대선주자 주변에 모여든 386 의원을 비롯한 측근들 역시 고언은 하지 않고 세 싸움에 골몰하고 있다.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참모들도 분란을 일으키고 있다.
이 후보의 급선무는 당내 화합과 외연 확대지만 참모들의 부적절한 발언이 오히려 걸림돌이 되고 있다. 참모들이 박 전 대표를 도왔던 사람들을 자극해 반발을 부르고 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는 경선 패배를 인정하고 승복해 원칙을 지키는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했으나 다른 행보를 하는 참모들도 있다. 참모 중 일부는 박 전 대표의 정치적 장래를 걱정하기보다는 내년 총선 공천 등 제 몫 챙기기에 더 신경을 쓰는 듯하다.
위대한 지도자들은 뛰어난 리더십을 갖고 있지만 혼자 힘만으로는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 이들의 뒤에는 직언을 서슴지 않는 참모들의 헌신적 보좌가 숨어 있다. 12월 19일 대선 때는 후보의 자질뿐 아니라 참모들의 면면도 꼼꼼히 살핀 후 후보를 선택해야 할 것 같다.
김차수 정치부장 kim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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