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방형남]IPI

  • 입력 2007년 8월 3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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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국제언론인협회(IPI) 웹사이트의 주인공은 한국이다. IPI가 올해 발표한 26건의 언론 관련 문건 리스트에 한국은 카자흐스탄과 함께 4차례나 등장한다. 팔레스타인이 3회, 러시아 네팔 그리스가 각각 2회로 그 뒤를 쫓고 있다. 한국의 경우 정부가 밀어붙이려는 이른바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5월 30일, 6월 1일, 6월 25일, 8월 27일자 문건 가운데 3개가 노무현 대통령에게 발송된 서한이다. 전례가 드문 일이다.

▷IPI는 1951년 창설됐다. 120여 개국의 언론사와 유력 언론인 회원을 자랑하는 세계 최고(最古)의 언론 단체다. 전 세계의 핍박받는 언론을 격려하고 언론자유를 탄압하는 반(反)민주적 정권에 각성을 촉구하는 게 IPI의 주된 임무다. 매년 발행하는 세계언론자유보고서는 독재정권의 언론탄압 사례와 언론자유를 쟁취하려는 기자들의 분투를 한눈에 보여 준다.

▷한국 언론은 1950년대 후반부터 IPI에 가입하려 했으나 “언론 자유가 없다”는 이유로 거부당하다가 4·19혁명 이후인 1960년 12월에야 회원이 됐다. IPI는 특히 군부독재 시절 한국의 언론자유와 민주화의 든든한 후원자였다. 1974년 동아일보 광고탄압 때도 IPI와 회원들은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IPI는 1986년 5월 12일 김상만 당시 동아일보 명예회장을 종신명예회원으로 추대하면서 “언론 자유가 끊임없이 위협받는 나라에서 불굴의 정신을 발휘한 대표적 언론인”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IPI와 한국 정부 사이에 다시 냉기가 감돈다. IPI는 대통령에게 보낸 가장 최근의 서한에서 “한국 국민과 국제 언론계는 귀(貴) 정부의 언론에 대한 지속적인 적대감은 단지 권력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감시를 막으려는 비민주적 노력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고 적시했다. 노 대통령이 국제 언론단체의 충고에 귀를 기울여 주기 바라지만 그에 앞서 IPI의 관심 대상이 되는 것 자체가 국가적 수모(受侮)라는 사실을 알았으면 한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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