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노 대통령은 北核 해결 위한 역할부터 해야

  • 입력 2007년 8월 15일 23시 10분


노무현 대통령은 어제 8·15 경축사에서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무리한 욕심을 부리지 않을 것”이라며 “역사의 순리가 현실이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바른 생각이다. 국가의 안보와 평화,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추호라도 나쁜 영향을 남기는 회담이 돼선 안 된다.

회담에선 우리 국민의 가장 큰 걱정거리인 북핵 문제가 집중 논의돼야 한다. 대통령은 국민의 최대 관심사를 회담석상에서 거론해야 할 의무가 있다. 국민은 이를 위해 주권을 위임한 것이다. 그럼에도 경축사에서 드러난 노 대통령의 회담 전략은 국민의 기대와 배치된다.

경축사의 골자는 ‘북핵 폐기는 정면으로 거론하지 않고 남북 경제협력에 집중하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더욱이 대통령은 “무엇은 안 되고, 이것만은 꼭 받아 내라는 식으로 부담을 지우기보다는 큰 틀에서 미래를 위해 지혜를 모아 주기 바란다”고 했다. 국민의 뜻을 반영해 달라는 요구를 ‘부담’으로 받아들이는 인식 자체에 문제가 있다.

남북은 반세기가 넘도록 군사적 대치를 지속하고 있는 지구촌 유일의 분단지역이다. 남북 간 긴장의 정점에 북핵이 있다. 북핵을 회담의 핵심 의제로 삼지 않는 평화와 경협 논의는 회담 의도를 의심케 할 뿐이다. 6자회담이 진행되고 있지만 북핵 포기의 최종 결정권자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다. 김 위원장에게서 핵 포기 약속을 이끌어 내는 것이 확실하고 가장 빠른 해결책이다. 핵을 거론하지 않을 경우 노 대통령은 북의 핵 보유를 인정하러 평양에 가는 꼴이 되고 만다.

노 대통령은 “북핵문제가 해결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고 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영변 핵시설 폐쇄라는 극히 초보적 조치가 이뤄졌을 뿐,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 철폐는 언제 이뤄질지 가늠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노 대통령이 언급한 남북기본합의서, 비핵화공동선언 등 기존 합의의 실천도 북의 핵 포기가 선행돼야 가능하다.

남북 경협의 필요성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현실은 간단치 않다. 개성공단은 시범사업 단계를 겨우 벗어났다. 진출한 우리 기업들은 골병이 들었다. 최근 열린우리당 주최로 열린 간담회에서 경제인들은 북측의 열악한 인프라, 높은 공장 설립 비용, 재고 누적 등에 관한 고충을 털어놓았다. 그들에게 ‘생산적 투자협력’이나 ‘쌍방향 협력’은 아직도 꿈같은 일이다. 그래서 ‘퍼 주기 논란’이 생기는 것이다.

노 대통령이 핵은 거론도 하지 않고 선심만 베푼다면 국민의 반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국민은 남북 경협을 위해 60조 원을 조달하려는 정부의 계획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경협 논의가 필요하다면 핵은 물론이고 납북자 송환, 이산가족 상봉의 정례화 같은 현안과 해법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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