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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7월 31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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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10년간 한국영화의 극장 점유율은 평균 50%였다. 올 상반기에는 41.7%에 그쳤다. 가장 저조했다는 2002년의 46.9%에도 못 미친다. 영화 ‘괴물’을 상영하기 위해 전국 지방극장이 난리를 친 때가 불과 1년 몇 개월 전인데 올여름에는 전국 총스크린 1847개 중 1811개를 할리우드 대작 3편이 차지했다.
올 상반기 점유율 41.7% 최저
‘트랜스포머’는 역대 외화 최고작인 ‘반지의 제왕 3편’의 기록을 깨고 17일 만에 500만 명을 돌파한 뒤 700만 명을 눈앞에 두고 있다. 반면 한국영화 수출은 1년 만에 68%가 줄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일본에서 한국영화 판매가가 최고 300만∼400만 달러를 호가했는데 이제는 100만 달러 이상을 받기 힘들다.
영화계는 위기를 돌파하려고 여러 가지를 시도했다. 7월 25일 한국영화제작가협회와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및 한국영화감독조합, 한국연예인산업매니지먼트협회, 투자사 등 영화단체 대표가 모여 ‘한국영화산업 대타협 선언식’을 했다. 구조적 문제점을 파악해 반성하고 대책을 만들기 위해서다.
한편으로는 ‘불법복제 방지를 위한 영화인 협의회’를 발족시켰다. 불법복제가 영화시장에 미치는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제작비의 거품을 없애기 위해 프로덕션 업체 및 스태프, 배우, 마케팅 관련 업체가 개런티를 적정 수준으로 조율하기 위해 모임을 갖는 중이다.
한국영화의 신(新)르네상스로 불리며 연관객 1억 명을 돌파하고 1000만 명이 관람하는 영화가 생겼던 시절은 말 그대로 과거의 영광으로 끝나는 것일까? 나는 최근의 위기를 오히려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위기는 아직 기회가 있고 가능성이 남아 있음을 말해 준다.
영화인은 ‘트랜스포머’가 왜 관객을 열광하게 하는지, 10년 만에 나온 ‘다이하드 4.0’이 왜 승승장구하는지, ‘미드’(미국드라마)와 ‘일드’(일본드라마)라는 유행어가 왜 생기고, 석호필이 왜 한국 젊은이를 끓게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결국은 콘텐츠다. 좋은 기획, 좋은 시나리오, 좋은 배우, 좋은 감독, 좋은 스태프가 ‘열정’ 하나로 사심 없이 덤볐기 때문이다.
한국영화의 신르네상스는 돈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남들이 시도하지 않았던 소재와 아이디어로 시나리오를 만들었기에 가능했다. 또 영화적 상상력을 작품 완성도로 높여 칸을, 아시아권을 석권했다. 르네상스는 영화 종사자의 열정과 의지로 만들었다.
물론 정부와 관객의 적극적인 노력과 협조가 필요하다. 영화 수익을 예로 들어 보자. 물가지수는 1년이 다르게 올라가서 제작비가 급상승하는데 관람료는 묶여 있다. 한때는 소설책과 영화 관람료가 똑같이 7000원이었다. 지금 소설책은 평균 1만 원 이상을 줘야 하지만 영화는 7000원이다.
해법은 콘텐츠와 영화인 열정
스크린쿼터가 축소된 만큼 법 제도의 개선과 지원도 시급하다. 영화제작사를 중소기업이나 창업기업으로 인정해 세제 감면 혜택을 주면 어떨까. 한국영화계는 불법 내려받기로 비디오나 DVD시장이 고사 직전이다. 어느 나라도 극장에서만 제작비를 회수하지는 않는다. 비디오 및 DVD, TV 판권, 케이블TV 판권, 해외 판권에서 수익이 생긴다. 한국에서는 불가능하다.
한국영화의 위기는 총체적인 문제가 터지면서 생긴 현상이지 어느 한쪽의 잘못만은 아니다. 위기 탈출의 대안 역시 정부 기업 영화인 관객의 긴밀한 관계에서 찾을 수 있다. 물론 영화인의 열정과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말이다.
김미희 싸이더스FNH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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