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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7월 31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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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산당의 검열에 걸린 게 원인이었다. 번역원은 4월에도 톈진(天津) 백화문예출판사로부터 전상국의 소설집 ‘우상의 눈물’의 출간계약을 해지당했다. 6·25전쟁을 다룬 이 소설이 북한을 부정적으로 묘사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미 중국어로 번역을 마친 ‘삼국유사’도 여러 출판사와 접촉했지만 계약에 실패했다. ‘삼국유사’에 나오는 신라 백제 고구려 3국 중 고구려는 중국의 역사이지 한국의 고대사가 아니라며 퇴짜를 놓았기 때문이다.
▷중국 측의 주장은 억지다. ‘칼의 노래’의 배경인 임진왜란만 해도 명나라가 조선에 지원군을 보낸 것은 조선을 돕겠다는 의사보다 일본이 명나라까지 공격해 오는 걸 더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조선에 온 명군(明軍)은 싸울 능력도 의사도 없었다. 수시로 철군을 주장했다. 유성룡의 징비록은 ‘특히 명군의 장세작이라는 장수는 철군을 반대하는 우리 장수에게 발길질까지 했다’고 적고 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놀고먹는 명군의 식량을 대느라 백성들이 극심한 굶주림에 허덕였다는 기록도 나온다.
▷예부터 대국(大國)임을 자랑해 온 중국이 역사 왜곡에 이어 사실(史實)을 바탕으로 한 문학 작품의 자국 내 출판까지 허용하지 않겠다는 건 협량(狹量)이다. 단지 사회주의 체제여서 그런 것일까. 단재 신채호는 ‘조선상고사’에서 “중국은 공자의 춘추(春秋) 이래 ‘위중국휘치(爲中國諱恥·중국에 수치스러운 일은 감춘다)’가 역사가들이 떠받드는 유일한 종지(宗旨)다”라고 썼다. 그의 혜안이 새삼 놀랍다.
허문명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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