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제51기 국수전…마가 끼었다

  • 입력 2007년 7월 19일 05시 00분


너무나 어처구니없는 수로 자멸할 때 흔히 마(魔)가 끼었다고 한다. 백 112로 꽉 이은 수가 그렇다. 백은 제한 시간도 많이 남은 상태였다. 흑은 좌하변이 잡히면 어차피 지니까 적장의 칼날 아래 목을 길게 빼는 심정으로 한번 움직여 본 것이다. 이럴 때 참고1도 백 1로 받아 흑 2 때 백 3으로 끝내야 하는 게 승부사의 예의다. 이 모양은 A에 흑돌이 하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사활이 달라진다.

흑 113으로 하나 밀어 올리는 수가 선수가 되는 순간 이 흑대마는 사자의 명부에서 빠졌다. 흑 115에 백 116으로 치중했으나 흑 117이 선수. ‘가’의 약점 때문에 백 118로 지켜야 하는데 흑 119에 붙이니 최소한 패다. 그냥 죽었던 말이 패를 냈다면 산 것이나 다름없다. 어떻게 패가 나는가는 다음 보에서 보기로 한다.

흑도 119로는 참고2도 흑 1로 두는 게 확실했다. 이하 흑 13까지 절묘하게 곡사(曲四) 형태의 빅으로 산다. 패보다는 완벽한 삶이다. 여하튼 좌하변 흑대마가 수를 내어서는 바둑이 뒤집어졌다. 자, 이래서 바둑이 끝났느냐고? 천만의 말씀이다. 바로 다음 순간 바둑사에 기록될 만한 희한한 사건이 벌어졌다.

해설=김승준 9단·글=정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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