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전주성]대통령 선거의 변수들

  • 입력 2007년 7월 1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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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무얼 보고 대통령을 뽑을까. 한마디로 잘 먹고 잘살게 해 주는 지도자를 원할 것이다. 여기에다 인간적으로 끌리기까지 한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사람 마음이 편하려면 우선 물질적으로 풍족해야 한다. 물론 잘산다는 것은 돈만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그래서 기왕이면 정치나 사회 문제에서도 내 생각을 대변해 줄 후보에게 호감이 간다. 이런 가치판단의 영역은 곧 이념의 차별화로 이어진다. 안보, 분배, 교육, 낙태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진보나 보수, 아니면 제3의 길과 같은 선택이 존재한다.

이런 개별적 선호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면 대선의 변수를 경제, 정당, 인물로 나눌 수 있다. 민주정치의 전통이 오랜 국가들의 경험을 보면 성장률과 같은 경제 변수는 대체로 집권당을 심판하는 기준이 된다. 반면 정당은 장기적인 경제 비전을 포함한 구조적 이념적 변수들을 대변하는 도구이다. 인물 변수는 관측이 가능하지 않은 제반 요인을 포괄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경기, 물가, 실업과 같은 민생 변수는 외환위기 이전의 고도성장기에는 선거의 큰 요인이 아니었다. 1997년 대선 때는 경제가 정권교체의 결정적 변수가 됐지만 당시는 외환위기라는 예외적 시기였다. 2002년엔 신용카드와 주택정책 등 경기부양 수단에 힘입어 성장률이 7%에 달했다. 그 덕분에 집권 민주당은 경제 문제로 손해를 보지는 않았다.

이번에도 정당보다는 인물 싸움

우리나라 대선에서 더욱 중요한 변수는 정당이었다. 다만 정당의 구분이 정책이념이 아니라 여당이냐 야당이냐, 전라도냐 경상도냐, 어떤 김씨가 지도자냐에 따라 이루어졌다. 이 구도는 지난 대선에서 상당 부분 퇴색됐지만 그렇다고 정당 간 정책 대결이 정착된 것도 아니었다. 이는 정치의 공급자와 수요자 간의 괴리가 커짐을 의미한다. 낡은 정치인들이 지역 연고나 패거리 정서에서 못 벗어나고 있을 때 국민은 경제위기 이후 달라진 경제 환경과 늘어난 불확실성에 불안해하며 뭔가 새로운 비전을 갈구했다. 그러나 기득권 유지에 급급한 기존 정당들은 이념적 차별화나 개혁의 청사진을 만족스럽게 제공하지 못했다.

그래서 인물선거로 간 것이다. 누가 미래를 책임질 개혁 비전을 가졌는지 직접 후보를 보며 따진 것이다. 변화의 요구는 일차적으로 야당 후보에게 유리한 법이다. 그러나 인물 위주의 선거는 정당 중심의 선거에 비해 불확실성이 크다. 실적보다는 ‘말발’이, 논리보다는 감성의 호소력이 클 수 있다. 네거티브 캠페인이 위력을 발휘할 여지도 커진다. 이제는 다 역사가 된 사실이다.

나는 이번 선거에서도 경기와 이념이 큰 변수가 아니라고 본다. 유권자들은 이미 5% 수준의 성장과 살금살금 오르는 물가에 익숙해져 있다. 올해가 특별할 것도 없다. 대신 일자리나 복지와 같은 구조적 사안에는 모든 연령 계층이 예민하게 반응할 것이다. 사교육비와 집값, 세금 문제도 유권자들의 마음에 자리 잡을 것이다. 통상 이런 변수들은 정당 간의 정책 대결과 이념 대립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12월이 되면 우리는 어차피 엇비슷한 경제 공약을 보게 될 것이다. 상대가 7% 성장을 약속하는데 내가 6%라 할 수 없고, 모두들 세금 깎겠다는데 나 홀로 올리겠다고 나서기 어렵다. 진보와 보수의 이념 구분이 힘들다는 얘기다. 그래서 올해도 인물 싸움이 되기 쉽다. 그만큼 인신공격 역시 거셀 것이다.

그러나 같은 인물선거라도 지난 대선과 크게 다른 점이 있다. 바로 유권자들의 양면성이다. 우선 인물의 선택에서 유권자들은 훨씬 더 보수적일 것이다. 화려한 연금술사보다는 노련한 대장장이를 원할 것이다. 반면 일자리, 복지, 교육 등 민생 쟁점에 있어서는 오히려 더 진보적일 수 있다. 이념적 진보가 아니라 기존 정치세력의 무기력을 타파하고 싶은 개혁 열망이 쌓인 결과다. 그런데 야당은 조상이 발목을 잡고 여당은 실적이 발목을 잡는다.

민생 비전 지닌 후보가 웃을 것

결국 유권자는 개별 후보의 정책 공약 간에 큰 차이를 못 느끼면 경륜과 도덕성의 경중을 따지는 소극적인 선택을 할 것이다. 그러나 청년실업과 노후복지, 자녀교육에 대한 획기적인 비전이 나온다면 이념과 지연(地緣), 네거티브를 넘어서는 적극적인 선택을 할지 모른다. 그러나 말로 하는 개혁, 재탕 공약에 내성이 생긴 지 오래다. 이번 선거는 신뢰와 창의의 경쟁이 될 것이다.

전주성 객원논설위원·이화여대 교수·경제학 jjun@ew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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