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미 기자의 실전 재테크]3000만원 들고 은행 가 봤더니

  • 입력 2007년 7월 1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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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남국(南國)의 휴가를 마치고 귀국한 날은 12일이었습니다.

몸과 마음의 평온함을 안고 돌아왔는데 웬걸요, 국내 금융시장은 요동치고 있었습니다. 코스피지수가 3일 1,800을 돌파한 이후 불과 7거래일 만인 이날 1,900을 넘어선 겁니다.

‘아, 더는 이대로 있을 수 없다.’

13일 날이 밝기를 기다려 비장한 마음으로 은행으로 향했습니다. 연 0.1% 안팎의 사실상 ‘제로 금리’인 월급통장에 미련하리만큼 모은 돈 3000만 원도 인출했습니다. 마치 소 팔아 서울 가는 심정이었죠.

○ “주가 급등할수록 길고 멀리 내다보라”

우리은행 동부이촌동 지점의 양평일 프라이빗뱅킹(PB) 팀장을 찾아갔더니 난처한 표정부터 짓습니다.

“요즘 주가가 오른다고 뭉칫돈 싸들고 오는 고객이 많아 상담하기 참 힘듭니다. 이럴 때일수록 길게 보고 적립식 펀드에 가입해야 하는데, 한번에 ‘몰빵(집중투자)’해서 고수익을 노리는 분이 많거든요.”

기나긴 상담 끝에 저는 월 50만 원씩 넣는 세 개의 적립식 펀드에 가입했습니다. 최근 6개월 수익률이 52%였던 국내 주식형 펀드를 골랐고 동유럽 주식형 펀드와 아시아 인프라 펀드 등 해외 펀드 2개에도 가입했습니다.

주가가 많이 오른 상태라 국내 주식형 펀드에 월 50만 원 이상 넣기가 부담스러웠습니다. 그러다 보니 해외 펀드도 국내 펀드와의 비중을 고려해 액수를 크게 늘릴 수 없었지요.

하는 수 없이 남은 돈 중 1850만 원은 콜금전신탁(MMT)에 넣어 연 4% 이상의 수익을 내면서도 언제든지 찾을 수 있게 했습니다. ‘안전 제일주의’가 제 투자의 원칙이라고 거듭 강조했더니 양 팀장은 나머지 1000만 원은 연 5.3%의 1년 정기예금에 넣어두라고 했습니다.

이날 주가는 전날 대비 53.18포인트 급등해 1,962.93으로 장을 마감했습니다.

○ “동유럽, 아시아, 라틴아메리카에 주목하라”

주말 내내 또 고민했습니다.

다들 돈 싸들고 증시로 간다는데 나 홀로 1000만 원을 1년 정기예금에 꽁꽁 묻어둔 것 같아 영 찜찜했습니다.

16일 이번에는 이건홍 한국씨티은행 압구정 골드지점장을 찾아갔습니다. 올해 초 주가지수 1,300대이던 시절 저에게 국내 주식형 펀드에 투자할 것을 권했던 분입니다. 만약 그 조언을 행동으로 옮겼다면 지금쯤 꽤 쏠쏠한 수익을 올렸을 겁니다.

그는 “정기예금을 해지하고 MMT에서 돈을 인출해 동유럽, 아시아, 라틴아메리카 지역의 펀드에 분산 투자해 보라”고 권했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진두지휘하는 러시아 경제가 무섭게 불붙고 터키 브라질 태국 등의 주가 상승이 돋보이기 때문이랍니다.

제가 가장 궁금해 하는 국내 주식형 펀드에 대해선 “거치식 대신 적립식으로 하되 월 불입액을 늘려도 좋겠다”고 했습니다.

적립식 펀드는 일명 ‘달러 코스트 에버리징 효과(평균투자 효과)’가 있어 주가가 떨어지면 같은 투자 금액으로 오히려 많은 주식을 확보하기 때문이죠. 주가가 다시 오르면 늘어난 주식은 수익을 보장하게 되는 원리입니다.

○ ‘주가 2,000 시대’를 준비하는 우리의 자세

결국 저는 돈을 인출해 아시아 펀드와 동유럽 펀드에 각각 1400만 원씩 넣었습니다. 국내 주식형 펀드 불입액은 당초 50만 원에서 150만 원으로 늘렸습니다.

은행에서 엿들은 부자 고객들의 투자 성향 중에는 ‘몰빵 선호’도 많았습니다. 여러 펀드 가입 서류 작성이 귀찮다는 사람, ‘돈은 모름지기 크게 넣어야 크게 먹는다’는 사람…. 이날 2억 원을 들고 온 한 고객은 분산투자 권유를 뿌리치고 기어이 한 펀드를 고집했습니다.

‘소심한’ 저는 이제야 본격적인 ‘투자자’가 된 기분입니다. 앞으로 세계증시 흐름과 국제경제 공부를 부지런히 할 계획입니다. 투자는 절대로 도박이 아니니까요.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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