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직원이 이 후보 처남 김재정 씨의 부동산 관련 자료를 열람한 사실은 국가기관의 개입이라는 점에서 특히 심각한 문제다. 국정원은 자체 조사 결과 문제의 직원이 지난해 8월 이 후보와 관련된 부동산 투기 첩보를 확인하기 위해 직속 과장의 결재를 받아 행정자치부에 요청해 자료를 열람했으며, 상부 보고나 자료의 유출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5급 직원이 직속상관의 결재만으로 유력 대선주자의 부동산 투기 의혹을 조사했다는 것이나, 그 결과를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열람 자료를 외부에 유출하지 않고 전량 폐기했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어제 이 후보 측은 “2005년 국정원 L 차장 산하에 이 후보의 비리를 캐기 위한 태스크포스(TF)가 만들어졌고, 여기서 생산된 자료는 청와대와 여권 중진, 언론사 등에 흘러갔다”고 주장했다. 단순한 정치 공세로만 보기에는 내용이 매우 구체적이다. 역대 선거 때마다 정보기관의 선거 개입이 끊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건성으로 흘려들을 수만도 없다. 국정원이 한 점의 의혹도 없도록 사실 여부를 규명하고 ‘공작정치의 고리’를 잘라 내지 않는다면 ‘민주적 정보기관’이 되기를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법무사무소 직원이 이 후보 부인과 처남, 형의 주민등록초본을 발급받은 경위와 이 후보의 위장전입 의혹을 제기한 열린우리당 김혁규 의원의 자료 입수 경위도 철저히 밝혀야 한다. 이 후보 관련 부동산 정보 검색과 전과 내용 조회를 위해 수십 명이 정부와 경찰청 전산망에 접속한 정황도 예사로 넘길 수 없다.
검증이 중요하지, 관권 개입과 자료 취득의 불법성이 대수냐는 일각의 주장은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그것을 용인한다면 권력 가진 쪽에 일방적으로 날 선 칼을 쥐여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공정 선거는 물론이고 정책 대결 선거도, 미래 지향적 인물을 선택하는 선거도 물 건너 갈 우려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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