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최우열]이택순 치안총수 자격있나

  • 입력 2007년 7월 13일 19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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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서울중앙지검이 발표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에 대한 은폐 의혹 수사' 결과 이택순 경찰청장은 '무혐의'로 결론이 났다. 이 청장이 사건 보고를 받거나 사건 이첩에 관여한 정황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수사결과에서 나타난 이 청장의 행동은 치안총수로서의 자격을 의심케 하는 것들이 적지 않았다.

검찰은 올 3월 이 청장 부부와 유시왕 한화그룹 고문 부자(父子)가 함께 골프를 쳤던 골프장의 방문자 기록이 조작됐다고 밝혔다.

이 청장이 5월 4일 국회에 출석해 "사건 발생 이후 한화 측과 만나거나 통화한 사실이 없다"고 밝히자, 고교 동문이자 막역한 친구 사이인 유 고문은 같은 달 12일 골프장 임원에게 부탁해 이 청장 부부의 이름을 대학 동창들의 이름으로 바꾼 것.

검찰은 이런 사실을 지난달 7일 골프장의 방명록과 전산기록, 심지어 경기보조원(캐디)의 수첩까지 압수해 확인했으며, 유 고문이 조작 사실을 6월 초 이 청장에게 귀띔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청장은 이런 사실을 계속 부인했다.

'골프회동 거짓말' 뿐 아니라, 검찰 수사 결과는 사건 발생 이후 이 청장이 해온 말들을 대부분 뒤집는 것들이었다.

검찰은 이 청장이 유 고문과 사건 이후 2차례 통화했고, 4차례 유 고문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청장은 국회 발언과 경찰 감사결과 발표 등에서 통화 사실을 부인했다.

이 청장이 검찰의 서면조사 답변에서 보복폭행 사건을 언론보도가 된 뒤 '처음으로' 보고 받았다고 한 것도 미심쩍은 대목이다. 당시 홍영기 서울지방경찰청장 등 서울경찰청 간부 대부분이 알고 있었던 것을 치안총수는 보고조차 받지 못했다는 것.

이에 수사팀의 한 검사는 "저희들도 이해가 안 간다. 경찰에서 판단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 검사는 "경비전화는 통화기록 보존기한(1~2일)이 짧고, 전산 보고 기록조차 없어 확인이 불가능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검찰의 수사 결과가 발표된 뒤, 이 청장은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휘부부터 솔선수범하겠다"며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수사 과정에서 보여준 경찰총수의 떳떳치 못한 언행들이 사과 한 마디로 가려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최우열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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