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강기성]원전, 폐기보다 리모델링 어떨까

  • 입력 2007년 7월 11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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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지인의 집들이에 초대를 받았다. 20년 넘게 살던 아파트를 헐고 재건축을 할지 아니면 기본 뼈대는 살리고 구조를 바꾸는 리모델링을 할지 갈등하다 주민들이 리모델링을 결정해 다시 입주한 아파트였다.

리모델링 아파트에 추가된 지하 주차장에는 편의시설이 들어섰다. 복도식을 계단식으로 바꾸니 가구당 면적이 늘어나 아파트 가격이 오르는 효과도 얻었다. 재건축보다 건축기간과 폐기물이 현저하게 줄어 환경보호에도 도움이 됐다는 생각에 주민들이 매우 만족해한다고 지인은 전했다.

국내 최초의 원자력발전소인 고리 1호기가 30년의 권장 설계수명 만료로 6월 9일 가동을 중단하면서 계속운전 여부로 관심을 끌고 있다. 원자력법 시행령은 권장수명을 다 채운 원전이 16개 분야 112개 항목의 안전성 평가기준을 통과할 경우 10년간 운전을 연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고리 1호기의 안전성 평가 보고서를 과학기술부에 제출해 발전소 운영에 문제가 있는지 면밀하게 심사하는 중이다.

고리 1호기보다 오래되고 발전용량이 적은 미국 버몬트 양키원전이 1억8000만 달러에 매각된 사례를 감안할 때 고리 1호기는 매우 큰 자산 가치를 갖는다. 미국에서는 캘버트 클리프스 등 48기의 원전이 원자력규제위원회(NRC)로부터 기존 40년에서 20년 연장 운전승인을 획득했다. 일본은 설계수명 30년인 미하마 쓰루가 후쿠시마 원전의 수명평가 결과 60년까지 운전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 계속 운영 중이다.

고리 1호기의 계속운전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안전성을 문제 삼는다. 필자는 고리 1호기가 그동안 핵심부품을 적기에 잘 교체했기 때문에 안전성이 확인되면 아파트 리모델링처럼 고쳐서 쓰는 것이 국가경제에 큰 도움이 된다고 본다.

원자력발전은 국내 전기 생산의 40%를 책임진다. 외국 기술에 전적으로 의존해 턴키방식으로 채택된 고리 1호기가 초기에는 기술력 부족으로 간혹 정지됐지만 기술 축적으로 최근에는 연평균 고장 횟수가 0.3회에 불과하다. 가동률도 90%대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5월에 영광원자력 5, 6호기를 대상으로 발전소 설비 및 운영 능력을 평가한 뒤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고리 1호기는 30년 동안 부산시민이 7년간 사용하는 전기를 생산했다. 석탄으로 대체하면 4258만 t, 액화천연가스(LNG)는 1637만 t에 해당한다. 에너지의 97%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고리 1호기의 계속운전은 국가자원의 효율적인 활용 측면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국제에너지기구(IEA)가 6월에 공개한 보고서는 독일의 원전폐기 정책이 에너지 확보와 경제 성장을 악화시키고 이산화탄소 감축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 환경보호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경고하면서 현재 운영하는 원전 17기의 단계적 폐기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원자력발전은 경제성, 환경친화성, 에너지안보와 산업기술발전 연관성 등의 이점으로 국가경제발전에 기여한다. 고리 1호기도 미국 일본 등 원전 선진국처럼 안전성을 전제로 최대한 운영해 국가경제발전에 기여토록 해야 한다.

강기성 전력경제연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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