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교육 포퓰리즘이 키우는 대학입시 혼란

  • 입력 2007년 7월 3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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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내신 실질반영비율을 50%로 높이지 않으면 재정 지원을 끊겠다는 교육부의 ‘협박’에도 불구하고 일선 대학의 반발이 날로 확산되고 있다. 경인지역 입학처장들이 어제 의견을 조율했지만 서울대와 주요 사립대 입학처장들이 불참한 데다 참석한 대학들도 교육부에 대한 비판을 쏟아 냈다. 법적 근거가 없는 교육부의 월권(越權)과 일선 학교의 현실을 무시한 코드 정책이 빚은 당연한 귀결이다.

수능과 내신의 등급이 일치하지 않는 사례는 정부기관 조사에서도 75%나 됐다. 특목고 내신 5등급이 수능 1등급이 되고, 일반고 내신 1등급이 수능 3등급이 되는 실정에 내신 위주로 입시를 치러 성적 우수자를 떨어뜨리는 것은 공평하기는커녕 비합리적인 역차별이다. 일부 대학은 “내신 실질반영비율을 15∼20% 이상 적용하면 합격자의 절반 정도가 뒤바뀐다”고 교육부 가이드라인이 무리임을 분명히 밝혔다. 국가기관이 주관해 수능을 실시해 놓고 정작 입시에서는 변별력이 높은 수능을 무력화하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이다.

이런 혼란은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과 편 가르기 의도의 산물이다. 이념적 관점에서 교육 문제에 접근해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특목고와 일반고, 서울 강남과 강북 및 지방의 대결로 몰고 가려는 잔꾀가 엿보인다. 내신은 집권 세력이 생각하는 것처럼 한국 교육의 병증(病症)을 치유하는 만능의 처방전이 아니다. 학교 교육을 정상화하고 사교육을 줄이기 위해 내신을 도입했지만 내신 과외가 등장하고 서울의 한 학교에서는 내신과 관련한 교사 비리가 드러나기도 했다.

교육부의 예견 능력 부족은 기회균등할당제 도입에서도 이미 확인됐다. 저소득층 자녀를 정원의 11%까지 추가로 뽑는 할당제가 지방대 공동화(空洞化)를 초래할 것을 예상하지 못한 점은 중대 실책이다.

교육부가 코드 입시 지침을 계속 고집하면 입시를 눈앞에 둔 수험생들만 당장 피해를 보게 된다. 교육부는 현실을 도외시한 입시 정책을 포기하고 대학에 학생선발권을 돌려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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