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對국민 서비스도 그렇게 열심히 점수 매겼나

  • 입력 2007년 6월 7일 03시 02분


정부 부처들은 이른바 ‘문제 보도’에 빨리 대응할수록 부처 업무 평가 때 높은 점수를 받는다. 해당 보도가 나간 뒤 24시간 내에 대응하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지만 72시간이 지나면 가장 낮다. 정부기관들이 언론사를 상대로 언론중재위원회에 중재신청을 많이 내고, 소송을 자주 할수록 점수는 높아진다. 민주당 이낙연 의원이 입수한 국정홍보처의 ‘2006년 정부 정책홍보 평가원칙 및 분류기준’ 자료에서 드러난 내용이다. 이 자료를 보면 이 정권 들어 모든 부처가 만사를 제쳐놓고 언론 보도를 물고 늘어진 이유가 분명해진다.

시청률이 0.05%에 불과한 ‘그들만의 홍보채널’ KTV에 대해 공무원들이 목을 매는 까닭도 알 만하다. ‘평가 원칙’은 장차관들이 KTV에 많이 출연할수록 높은 점수를 주게 돼 있다. KTV와 정부기관이 공동으로 프로그램을 만들면 점수는 더 높아진다.

노무현 대통령은 ‘임기 중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이 언론 대응’이라고 했지만 정부조직이 언론과의 전쟁에 몰두하는 사이에 행정은 멍들었고 국민 세금은 허공으로 사라졌다. 노 정부가 2월까지 제기한 언론 중재신청은 660건으로 이틀에 한 번꼴이다. 역대 정권 가운데 단연 최고다. 중재위원회를 오가는 공무원의 월급도, 소송비용도 모두 국민 호주머니에서 나온다. 그러나 언론 상대 소송에서 현 정부가 이긴 경우는 소수에 불과하다.

언론사 기자들은 장차관 등 고위 공무원을 만나 취재하기가 갈수록 어렵지만 KTV 주변엔 고위 공무원들로 북적거린다. 그들은 한창 근무해야 할 시간을 방송 원고 준비하고 스튜디오로 이동해 분장하고 녹화하는 데 허비하고 있다. 이 정권은 세금으로 월급 주는 공무원들을 국민이 거의 보지도 않는 TV에 출연하라고 등을 떠밀고 있다.

정부는 ‘혁신’을 전유물인 양 떠들었지만 집권 이후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집계한 정부행정 효율은 31위에서 47위로 떨어졌다. 세계은행이 조사한 정부 효율성도 81.8점에서 78.9점으로 하락했다. 대(對)국민 서비스 개선을 언론 대응하듯 열심히 했더라면 국민 지지율이 지금처럼 바닥을 헤매지도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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