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권희]名品신도시

  • 입력 2007년 6월 4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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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핸드백, 명품 휴대전화, 명품 여성통장…. ‘명품’이란 말이 붙어야 소비자들의 눈길을 더 끄는 시대다. 1일 경기 여주군에서 문을 연 명품 아웃렛엔 5만여 명의 인파가 몰려 점포에 들어가는 데만 한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특정 브랜드에 대한 과잉 충성심에다 아직 명품에 배고픈 소비자들의 왕성한 ‘식욕’이 엿보인다. 소비층도 남성, 10대 20대로 확대되고 있다. 업계는 귀족 마케팅, 명품 마케팅에 바쁘다.

▷사는 집이라고 명품이 없을 수 없다. 고급 주택에 대한 수요가 급증해 분양가 규제를 받지 않는 20가구 미만의 고급 타운하우스, 레저용 세컨드하우스 등이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고급 주택 인기가 높은 서울 강남의 재건축은 아직 겨울이다. 정부는 “강남 재건축으론 겨우 1만2000채만 공급될 뿐”이라며 공급 능력을 가볍게 본다. 반면 업계에선 “용적률을 높이면 공급량이 부쩍 늘어나는데도 정부가 억지를 쓴다”고 비판하고 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내건 ‘명품 신도시’는 소비자가 염두에 두는 명품과는 차이가 있다. 경기도는 ‘아름다운 도시, 볼거리 풍성한 도시, 첨단지식 기반 도시, 학교와 지역을 연계한 타운’ 등으로 꼽아 ‘친환경 자족도시’와 가깝다. 그나마 ‘매년 1개씩 명품 신도시를 추진하겠다’는 김 지사의 계획은 언제 빛을 볼지 불투명하다. 건설교통부가 경기 화성시 동탄 2신도시 발표 이후 현 정부 임기 끝까지 추가 신도시는 없다고 했기 때문이다.

▷현 정부가 ‘지역균형발전’이라며 계획을 내건 대규모 신도시, 혁신도시, 기업도시, 행정도시는 모두 27곳, 1억850만 평 규모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를 자화자찬의 소재로 삼지만 거의 대부분이 차기 정부가 설거지를 해야 한다. 일부 후보지역은 갈등 소지를 겨우 덮어 놓아 언제 터질지 모르는 형편이다. 신도시를 추진하면서 정부가 오히려 투기를 부추겨 발표 몇 달 만에 폐허처럼 변한 곳도 있다. 국민 수요에 맞춘 질 좋은 주택 공급, 명품 도시 개발 대신 수요 억제에만 매달린 집값 잡기와 ‘생색내기 균형발전’의 후유증이 어른거린다.

홍권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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