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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4월 19일 19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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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버지니아공대 총기 참사의 범인 조승희를 지도했던 루신다 로이 교수는 그가 확실히 우울증을 앓고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한인 1.5세라는 환경과 총기 접근성 등이 원인으로 거론되지만 같은 환경이라고 다 우울증에 걸리진 않는다. 유전자 때문이다. 과학저널 사이언스는 2003년 “세로토닌이라는, 사람의 기분을 좌우하는 화학물질을 관장하는 5-HTT라는 유전자에 이상이 있는 사람이 적절한 환경을 만날 경우 우울증이 나타난다”고 했다.
▷그렇다면 좀 혼돈스럽다. 심하면 자살, 더 심하면 이번처럼 대량 살상까지 저지를 수 있는 우울증이 내 의지와 상관없는 유전자, 그리고 내 힘으론 어쩔 수 없는 환경 때문이라면. 우울증에 걸렸나 싶어도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남한테 털어놓기 힘들다. “마음먹기 달렸다”거나 “의지력이 부족해서…” 같은 뻔한 소리를 듣기 싫어서도 그렇다. 그래서 환자의 90%는 제대로 치료도 않고 병을 키운다.
▷문제가 있는 한 해결책도 있는 법이다. 타고난 유전자는 어쩔 수 없대도, 제약회사는 세로토닌을 자극해 우울증을 치료하는 항(抗)우울제를 만들어 냈다. 1980년대 말 ‘프로작’이 개발된 이래 미국의 자살률이 15% 떨어졌다는 조사도 있다. 약물 대신 말(言)을 나누는 ‘토크 치료’도 항우울제와 같은 58%의 치유율을 보였다. 우울하게 남 탓, 환경 탓만 할 건지, 그게 ‘마음의 감기’라는 걸 깨닫고 나을 길을 찾아볼 건지는 결국 자신에게 달렸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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