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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얼굴표정 연구 석학 폴 에크먼 美캘리포니아大 명예교수

입력 2007-04-17 03:00업데이트 2009-09-27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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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표정 연구 분야의 세계적 석학으로 한국을 방문한 폴 에크먼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 명예교수가 16일 경찰청에서 한국 경찰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하면서 얼굴 표정을 보고 상대방의 감정 상태를 알아맞히는 방법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김미옥 기자
폴 에크먼(73)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 명예교수가 16일 한국법심리학회와 한림대 한림응용심리연구소가 공동 주최하고 본보가 후원한 ‘진실과 거짓의 발견’ 특별 심포지엄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처음 찾았다.

에크먼 교수는 표정 변화를 보고 상대방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 상대방이 어떤 감정 상태인지를 알아내는 연구로 유명한 세계적 석학. 1978년 얼굴의 움직임을 체계적으로 묘사한 최초의 얼굴지도 ‘얼굴 움직임 해독법(FACS·Facial Action Coding System)’을 만들어 냈다.

그는 미국 연방수사국(FBI), 중앙정보국(CIA) 등에서 범죄 용의자나 테러리스트의 표정 및 심리분석에 관한 조언을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그의 저서 ‘얼굴의 심리학(Emotions Revealed)’이 국내에 번역 출간됐고, 2001년에는 저서 ‘거짓말 까발리기(Telling Lies)’가 국내에 소개됐다.

폴 에크먼 교수
△1934년 미국 워싱턴 출생 △1954년 뉴욕대 졸업 △1958년 애들피대 심리학 박사 △1972년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UCSF) 심리학과 교수 △1991년 미국심리학회(APA) ‘위대한 과학 기여상’ 수상 △2001년 APA 선정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심리학자’ △2004년 UCSF 교수 퇴직 △현재 UCSF 의과대 심리학 명예교수

에크먼 교수는 이날 심포지엄 참석에 앞서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를 방문해 본보와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에는 한림대 심리학과 조은경 교수가 통역을 겸해 배석했다.

―사람들이 거짓말을 하게 되면 왜 평소와 다른 표정이나 몸짓, 목소리를 내게 되나.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거짓말을 하는 게 진실을 말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인지적으로 부하가 걸린다. 그냥 자신이 실제 경험한 사실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뭔가를 꾸며 내야 하기 때문에 앞뒤 계산이 필요하다. 그러면 생각에 과부하가 걸린다. 생각에 부하가 걸리면 정서에도 부하가 걸리고 이때부터 감정이 자기 뜻대로 통제가 안 되는 것이다. 그러면 자기도 모르게 표정이나 몸짓, 목소리가 평소와 달라지게 된다.”

―거짓말을 족집게처럼 알아내는 당신만의 비법이 있나.

“질문대로 그건 나만의 비밀이다.(웃음) 가족에게서, 친구들에게서 거짓말을 캐내려고 하지 말고 믿고 사는 게 정신 건강에 훨씬 도움이 된다. 이름만 대면 다 알 만한 미국의 유명 정치인 2명이 ‘어떻게 하면 내 말이 좀 더 진실하게 보일 수 있겠느냐’고 나에게 물은 적이 있는데 두 사람 모두에게 얘기해 주지 않았다.”

―그동안의 연구를 통해 밝혀진 표정이나 몸짓 등의 거짓말 단서들에는 어떤 게 있나.

“연구 결과를 근거로 얘기하자면 일반적으로 표정의 변화에 거짓말의 단서가 가장 많고, 다음이 일반인이 알아채기 어려운 미세한 얼굴 움직임, 손동작, 말의 속도, 몸짓, 체온, 목소리, 동공 크기 순으로 단서가 많다. 훈련된 전문가가 이 모든 단서를 근거로 거짓말 여부를 확인한다면 정확도는 95% 이상이다. 일반적으로 거짓말을 하게 되면 말이 잠시 끊기면서 유창함이 떨어지고, 억양이 단조로워진다. 시선을 회피하거나 손동작이 감소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단서들이 곧 거짓말 자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거짓말을 특히 자주, 많이 하는 사람들만의 특징이 있나.

“일상생활에서 친구들끼리 가족끼리 예의상 하는 거짓말은 거짓말로 보면 안 된다. 이런 경우는 상대를 배려하려는 것이지 속여서 피해를 주려는 게 아니기 때문에 거짓말로 보면 안 된다. 누가 얼마나 자주 거짓말을 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대부분의 경우 거짓말이 성공하는 이유는 거짓말하는 쪽이 거짓말에 능숙해서가 아니라 속는 사람이 처음에는 대개 사실이라고 믿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거짓말을 해도 쉽게 드러나지 않는 사람이 따로 있나.

“있다. 선척적으로 타고난 연기자가 있다. 자기가 하는 말은 모두 다 진실이라고 스스로 믿는 부류의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거짓말을 하면서도 스스로는 진실이라고 믿는 경향이 강해서 거짓말의 단서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거짓말은 자주 하다 보면 나중에는 진실이라고 믿는 자기 최면에 빠지는 수가 있다. 또 호의적인 인상이나 매력적인 외모를 가진 사람의 거짓말이 잘 드러나지 않는 편이다. 이런 경우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사람 2명을 말하자면,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과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다. 양당에 공평해야 하니까 민주당 출신과 공화당 출신을 1명씩 얘기하는 거다.”(웃음)

―‘달라이 라마와의 대화’라는 책을 집필하면서 티베트 지역 불교인들이 다른 지역 사람들보다 화를 다스리는 능력이 뛰어난 원인에 대해 연구 중이라고 들었다.

“티베트 지역 불교인들은 대부분 아이도 없고, 가족도 없고, 직업도 없다. 평생을 거의 자기 명상에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다. 자각하는 기술이 굉장히 발달돼 있기 때문에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는 기술이 뛰어난 것 같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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