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토머스 프리드먼]아프리카를 바꾸는 휴대전화-생리대

  • 입력 2007년 4월 10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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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면 아프리카를 가난과 질병, 권력 부패의 멍에에서 해방시킬 수 있을까. 나는 케냐 사람들을 만나 간단하고 상식적인 해법을 찾게 됐다. 그중 대표적인 네 가지가 바로 투명성과 전화기, 폴 테르가트(장거리 육상선수), 코텍스(일회용 생리대)다.

나이시아에 토비코(28) 씨는 케냐 마사이 지역 출신의 활동가다. 그녀는 광고회사를 운영한다. 그녀는 어릴 적 학교를 다니면서 가난한 소녀들이 매달 나흘씩 결석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녀로선 이유를 알 수 없어 친구들에게 물어봤다. 그들은 “월경 때면 생리대를 구할 수 없는데 어떻게 하혈을 하면서 학교에 갈 수 있겠느냐”고 털어놨다.

토비코 씨는 “어떤 애들은 넝마조각이나 흙을 이용했다”고 회상했다. 결석하는 날이 잦자 많은 학생이 결국 중퇴하고 말았다. 토비코 씨는 최근 민간단체와 함께 시골에 무료로 생리대를 보내 주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목표는 소녀 50만 명에게 생리대를 보내 주는 것. 지금까지 18만9000명이 수혜자가 됐다.

등교일이 많을수록 교육을 더 많이 받은 여성과 훌륭한 어머니가 생겨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토비코 씨는 “여성에게 교육보다 더 좋은 게 없다”고 말한다. 여성이 모든 분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핵심이 바로 교육이라는 것이다.

케냐는 1992년 최초로 다당제 선거를 실시했다. 다음 선거는 12월로 잡혀 있다(케냐 사람들은 버락 오바마 미국 상원의원이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출마했다는 사실 자체에 열광한다). 이곳 나이로비는 벌써 대통령 선거 출마 희망자가 넘쳐 난다.

나는 비디코라는 석유공급회사를 소유한 비말 샤 씨와 매우 유익한 대화를 나눴다. 그는 선거를 8개월 앞두고 사업 확장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어떻다는 건데? 그는 “선거를 앞두고는 누구도 투자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새로 선출된 자가 모든 룰을 바꿔 버릴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케냐의 민주주의 발전 덕분에 정부가 바뀌어도 룰이 바뀌지 않는 수준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휴대전화의 효과는 더욱 놀랍다.

작가 로즈 루칼로 오위노 씨에게서 들은 얘기다. 그녀는 최근 나이로비 동쪽의 응구타니 마을에서 염소를 키우는 여인들과 얘기를 나눴다. 여인들은 지난 몇 년 동안 중간상들의 농간에 넘어갔다고 불평했다. 나이로비 시장의 염소 가격을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14개 마을이 공동으로 휴대전화를 구입해 나이로비 시장의 염소 가격을 알아볼 수 있게 됐다. 이제 그들은 이렇게 얻은 소득으로 소액대출은행을 개설하는 문제를 상담했다.

아프리카에는 역할 모델도 필요하다. 그중 최고의 모델은 테르가트 씨다. 그는 세계 크로스컨트리 대회에서 다섯 번이나 우승하고 올림픽 은메달을 2개나 딴 장거리 육상선수다. 그는 최근 반부패 캠페인을 시작하면서 케냐 장거리 육상선수들이 몸바사에서 우간다 국경까지 횃불을 들고 뛰는 행사를 진행했다.

횃불은 부패에 대한 경계를 상징했고 많은 사람이 연도에 나와 환호했다. 정치인과 달리 육상선수는 공개적이고 깨끗한 과정을 통해 메달을 딴다. 이를 위해 10년 동안 훈련을 한다. 젊은이들에게 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여길 봐라. 부패할 이유가 없다. 근면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이제 막 피어나는 케냐의 민주주의가 케냐의 문제를 해결할 케냐식 해법을 찾도록 케냐의 지성들에게 빗장을 열어젖힌 것이다.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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