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영화&쫄깃한 수다]남녀 말다툼 결말 ‘브레이크 업’

  • 입력 2007년 3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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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브레이크 업-이별후애(愛)’. 너무 사랑하면 기대도 많아지고 싸움도 잦은 법. 조금만 덜 사랑하면서 사이좋게 함께 사는 게 어떨지. 사진 제공 UPI코리아
영화 ‘브레이크 업-이별후애(愛)’. 너무 사랑하면 기대도 많아지고 싸움도 잦은 법. 조금만 덜 사랑하면서 사이좋게 함께 사는 게 어떨지. 사진 제공 UPI코리아
“또 왜?”

“늘 똑같은 문제지(just same all sh××!)”

영화 ‘브레이크 업-이별후애(愛)’에서 왜 싸웠는지 묻는 친구에게 브룩(제니퍼 애니스턴)이 하는 말이다. 야구장에서 만난 브룩과 게리(빈스 본)는 동거 중이다. 다들 그렇듯 처음에는 즐거웠는데, 사소한 싸움이 지속되다 일이 커졌다.

최초의 원인은 레몬에서 비롯됐다. 집들이를 준비하던 브룩이 레몬 12개를 사오라고 했지만 게리는 3개를 사왔다. 감정이 상하기 시작했고 집들이 때 위태위태한 분위기는 결국 큰 싸움으로 번졌다. 겨우 레몬 때문이었지만 간단치 않다. 갤러리 큐레이터인 브룩에겐 레몬으로 식탁을 장식하는 게 중요하지만 게리는 ‘먹을 것도 아닌데 왜 그런 데 신경 쓰나’ 한 것이다.

이후 상황은 설상가상. 브룩은 “내가 발레 보고 싶다고 했는데 한 번이라도 같이 가 줬느냐, 내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고마워할 줄 모른다”며 참았던 불만을 쏟아놓고 게리는 “집이 쉼터가 돼야 하는데 운동해라, 설거지해라, 왜 자꾸 잔소리냐”며 맞선다. 자신의 요구가 따뜻하게 받아들여지기를 원하는 여자와, 결혼해도 자기 영역을 지키고 싶어 하는 남자 사이의 일상적인 싸움이다.

‘김선희 부부클리닉’의 김선희(임상심리학 박사) 원장은 일단 브룩의 손을 들어 준다. 같이 살면서도 혼자 살 때와 똑같이 하는 게리의 행동이 ‘팀워크’를 해치고 있다는 이유다.

편들기 하자는 게 아니고, 사소한 싸움의 결말에 주목하고 싶다. 사소함이 쌓이면 사소하지 않다. 김 원장은 “상담하러 오는 부부의 90%가 사소한 일로 싸우다 지치고 그게 폭력이나 외도로 발전돼서 전문가를 찾는다”고 말했다. 남편이 전화를 안 받아서, 함께 마트에 갔는데 카트를 안 밀어 줘서, 술 먹는데 아내가 자꾸 전화해서 싸우다가 온다. 큰 ‘한 방’이 없어도 자잘한 것들이 관계를 망가뜨린다. 그런 걸로 싸우는 자신이 치사하게도 느껴진다.

결혼(또는 동거)은 ‘생활’이라고 다들 그런다. 연애할 때는 아무리 사랑하는 사이라도 자기만의 시간과 공간이 있기에 그렇게 각박해지진 않지만, 모든 것을 함께 하게 되면 보이는 모습들이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사소한 일로 싸우다 보면, 나중엔 애당초 왜 싸우기 시작했는지 이유는 기억도 안 난다. ‘이해’하지 말고 ‘인정’하라는데, 인정 못하겠으니 싸우지.

김 원장은 좀 슬프지만 현실적인 결론을 냈다. “조금 덜 사랑하고 무덤덤해져라.” 기대를 줄이라는 말. 그렇게 사느니 헤어지겠다고? 또 다른 열렬한 사랑에 빠져 같이 살아 보시길. 결국 그렇게 안 되나. 게리와 브룩은 헤어지지만 나중에 길에서 마주친다. 열린 결말이지만, 만약 다시 만나도 그들은 또 다른 사소한 일로 싸울 것이다. 그 위기를 잘 넘기고 계속 살든지, 아니면 평생 낭만적인 사랑만 좇다 말든지.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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