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DJ와 민주당, 역시 지역주의 합작인가

  • 입력 2007년 3월 23일 2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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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차남 홍업 씨의 4·25 무안-신안 보궐선거 공천을 밀어붙였다. 장상 대표는 어제 김 씨에게 공천장을 주면서 “오늘 처음 보는데 잘생겼다”며 “한국 정치질서 발전에 도움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 맹주(盟主)’의 아들이라는 사실 말고는 국회의원 적격자라고 보기 어려운 사람을, 그것도 민주적 공천 절차를 무시한 채 껴안는 것부터가 정치 발전에 역행하는 행태다. 이런 정치 퇴행극(退行劇)을 연출하고도 정치 발전 운운하는 태연함이 놀랍다.

민주당은 홍업 씨를 선택했다기보다는 DJ 품에 안긴 꼴이다. 이로써 4년 전 대통령직에서 퇴임한 DJ의 도움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는 정당임을 스스로 입증했다.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이 열린우리당을 만들면서 민주당을 ‘반(反)개혁적 지역정당’으로 본 것이 터무니없는 인식만은 아니었던 셈이다.

전남도 내 26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전남시민사회단체회의는 “비리에 연루돼 실형(實刑)을 선고받은 홍업 씨의 출마는 호남인의 자존심을 짓밟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지역주민들 사이에서는 “민주당이 동교동(DJ계보) 2중대냐”는 소리도 터져 나왔다. 그런데도 민주당이 홍업 씨를 무리하게 공천한 것은 DJ의 힘을 빌려 보궐선거와 대선 및 내년 총선에서 회생(回生)하겠다는 계산에서다.

만약 그런 속셈이 아니라고 주장한다면 민주당이야말로 ‘부패정당’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아버지가 대통령일 때 이권청탁 등과 관련된 권력형 비리를 저지른 사람’을 덥석 끌어안을 수 있겠는가. 조순형 전 대표 등 당 일각에선 “민주정당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후보 경선을 요구했지만 당 지도부와 동교동계에 의해 묵살됐다.

더 근본적으로는 DJ의 이중적인 태도가 문제다. 아들의 출마에 대해 “국민에게 심려와 걱정을 끼쳐 죄송하다”고 했지만, 진심이라면 출마를 말렸어야 했다. DJ는 요즘 ‘국민 통합’을 부쩍 강조한다. 그러면서 아들을 지역주의의 수혜자가 되도록 하고, 결국 민주당을 더 확실한 지역당으로 전락시키고 있다. 이것이 ‘민주화 원조(元祖)’의 실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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