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장강명]민주 “김홍업 씨 공천 이유요… 공천 이유가…”

  • 입력 2007년 3월 22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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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 김홍업(57·전 아태재단 부이사장) 씨를 4·25 전남 무안-신안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공천하는 문제를 놓고 내홍을 겪고 있다.

민주당은 21일 공직후보자 자격심사특위를 열고 김 씨를 ‘전략 공천’키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날 국회 기자회견장에서는 민주당의 두 공동대변인이 서로 상반된 발표를 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유종필 대변인이 공천 결과를 발표한 뒤 5분 후 전남도당위원장이기도 한 이상열 대변인은 “공정한 룰에 의한 후보자 선정이 아니다. 오직 특정인만을 위한 결정이며, 공당(公黨)으로서 국민과 당원의 뜻을 저버린 행위다”라고 비판했다.

그간의 과정을 돌아보면 이 대변인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질 수밖에 없다. 민주당의 무안-신안 보선 후보 공모에 당내 인사 4명이 신청했다. 그러나 김 씨가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자 민주당은 후보자 심사 기준과 방법, 공모 절차를 스스로 무너뜨렸다.

그렇다고 김 씨를 룰을 무너뜨리면서까지 ‘전략 공천’해야 할 인물로 보기도 어렵다. 김 씨는 김 전 대통령 재임기간 중 이권에 개입하고 수십억 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1년 6개월을 복역한 비리 전력이 있다.

또 아버지의 후광으로 아버지의 ‘텃밭’이나 다름없는 지역에서 출마하는 것 자체가 국민을 무시하는 일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그의 출마 소식에 호남에서도 시민단체들의 비난 성명이 나왔다.

유 대변인은 김 씨를 공천한 이유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공천 이유요… 공천 이유가…”라며 한동안 말을 못하다 “당선 가능성이 높고, 김 전 대통령과 민주당은 특수관계, 혈연관계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대선을 앞두고 김 전 대통령의 심기를 거스를까 두려워 이런 정치 퇴행을 제대로 비판하지 못하는 정당들의 모습도 한심하기는 마찬가지다. 김 씨의 출마를 ‘족보 정치’로 규정한 민주노동당 정도가 예외다.

김 씨는 민주당에 입당해 22일 공천장을 받는다. 무안-신안에는 열린우리당도 후보를 내지 않는 등 여권의 선거 연합으로 김 씨가 당선될 가능성은 높은 편이다. 그가 당선돼도 ‘이상한 공천’을 한 정당이나 그 공천에 숨죽인 정당들의 ‘이상한 침묵’은 이어질 것 같다.

장강명 정치부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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